[광화문에서/신치영]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린 ‘中 신창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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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경제부 차장
신치영 경제부 차장
6월 초 중국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 경제를 주제로 한 단기 연수에 참가한 적이 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등 중국의 최고경영자(CEO)를 많이 배출한 경영대학원인 청쿵상학원(CKGSB)에서였다. 대학원 교수들과 기업인들이 강사로 나와 변화하는 중국의 경제 환경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강연을 했다. 사흘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핵심을 짚어 주는 중국 전문가들 덕분에 중국 경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여러 사람이 머지않아 중국 증시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고 경고한 점이다. 한 교수는 “중국 주식에 투자했다면 빨리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금융회사 임원조차 “현 주가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시는 중국의 주가가 한창 오르고 있던 터라 의외의 진단이었다. 후강퉁이 시행된 이후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중국 주식 투자 열기가 식지 않고 있었다. 중국 주식을 사 놓으면 서너 배는 족히 오를 것이라고 말하는 증권업계 지인이 적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일주일쯤 지난 6월 12일 5,166.35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직 낙하했다. 3개월 만인 이달 10일까지 37%나 떨어졌다. 중국의 증시 폭락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출렁거렸고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봤다.

중국 증시 폭락 쇼크 이후 전 세계 투자자들이 매일 중국 증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증시보다 더 관심이 가는 건 중국 정부가 과연 경제구조를 바꾸는 데 성공하느냐다. 중국 경제는 지금 변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중국은 그동안 값싼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며 천문학적인 달러를 벌어들이고 온갖 제조 설비를 늘려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이런 성장 방식의 한계에 부닥친 중국은 수출·전통제조업·투자 주도형을 내수·서비스업 주도형 경제구조로 바꾸고 있다.

중국 연수 때 만난 밥 차오 아이리서치 컨설팅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구조 개혁의 원동력을 농촌 인구의 소비 욕구에서 찾았다. “중국은 가게 하나 없는 시골에 5억 명이 산다. 이들은 보름 또는 한 달에 한 번 몇 시간 떨어진 곳에서 열리는 장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 온다. 그러다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사이트 덕분에 집에서 며칠 만에 싸고 좋은 물건을 배달받을 수 있게 됐다. 정보기술(IT)이 농촌 인구의 잠자는 소비 욕구를 깨웠다. 이들은 짝퉁이든 진짜든, 도착하는 데 며칠의 시간이 걸리든 물건을 사고 싶어 한다. 이들의 소비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신기술 내수산업,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중국 공산당의 당면 과제가 된 것이다.”

중국 경제의 구조 개혁은 필연적으로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은 변혁기를 거치는 동안 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다. 수출이 줄어들 것이고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두고 있는 한국의 중간재와 원자재 수출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한국의 수출 전선에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저성장, 고실업률 등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덕분이다. 중국의 수입 감소와 중간 수준의 성장률로 대변되는 중국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기업과 정부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느냐에 5년 후, 10년 후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신치영 경제부 차장 higgledy@donga.com
#경제#中신창타이#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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