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힘합쳐 장작 태우면 불꽃 세져”…朴대통령 “患難之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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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정상회담]
한단계 더 올라선 한중관계

“중국에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는 말이 있고 한국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중한 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이고 좋은 친구다. 중국은 중한관계를 매우 중시한다.”(2014년 7월 3일 한국 청와대에서)

“한중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 국가로 세계의 평화를 촉진하는 평화적인 역량이다. 역사적으로 한중 국민은 식민침략에 항쟁하고 민족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단결하고 서로를 도왔다.”(2015년 9월 2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년여 만에 한층 격상된 표현으로 한중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2일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전승절 참석에 감사를 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 한일 관계와 대비된 시 주석 발언

시 주석의 표현은 올해 초 일본이 한국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수식어를 삭제하면서 관계를 격하시킨 것과 대비돼 더욱 주목됐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10월 말이나 11월 초를 포함한 편리한 시기에 한국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이 3국 정상회의 개최 시기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을 상대로 따질 것은 따지면서 협력은 협력대로 한다는 균형감을 보여주는 한편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을 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 주석의 발언에서 “민족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서로 도왔다”는 표현도 눈길을 끈다. 6·25전쟁을 ‘항미(抗美) 원조 전쟁’이라고 부르는 중국에서는 ‘민족(인민) 해방’이란 통상 북한과 손을 잡고 미국 등 외세를 물리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대통령에게 이 표현을 쓴 것은 그만큼 한국에 친근감을 표시한 것. 남북한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 시 주석 “4개의 동반자 관계” 희망

시 주석의 찬사에 박 대통령은 “지난 세기 양국이 함께 겪은 환난지교(患難之交)의 역사가 오늘날 양국 우의의 소중한 토대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양국이 직면한 여러 도전을 해결하는 데도 잘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는 말로 받았다. 환난지교란 역경에 처했을 때 사귄 친구라는 의미다. 제국주의 일본으로부터 같이 고통을 받았고 이를 물리치는 데도 힘을 모았다는 ‘항일(抗日)’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시 주석은 “대통령님의 강력한 지도 아래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것에 대해 축하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8월 톈진(天津) 시 국제물류센터 폭발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다시 드리면서 빠른 시일 내에 피해가 복구되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지난해에는 시 주석이 방한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위로의 말을 전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톈진 시를 위로 방문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위험물질 제독 등 사고 수습이 덜 끝난 상태여서 성사되지 않았다.

이런 우의를 바탕으로 한 한중관계 발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시 주석은 “한국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중국에는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 장작을 모아 태우면 불꽃이 거세진다(衆人拾柴火焰高·중인습시화염고)’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공동발전의 길을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아시아의 진흥을 위해 함께하고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4개의 동반자’ 목표를 향해 뻗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한중, 일본에 대한 직접 공격은 피해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양 정상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대에 우려를 표명하고 고노(河野) 담화 폄하 시도에 유감을 직접 밝힌 것과 대조된다.

한중의 이 같은 수위 조절은 양국이 손잡고 대일(對日) 전선을 형성하는 모양새로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 커 보인다. 한국은 이번 방중을 결정할 때부터 연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촉진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일본을 ‘왕따’시킴으로써 한국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역시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라는 전승절 행사를 여는 것만으로도 이미 일본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시진핑#한중관계#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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