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무조건 아름다워야 하는 도니체티의 아리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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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에타노 도니체티
가에타노 도니체티
수요일 저녁마다 서울 신사동 음악공간 ‘무지크바움’에서 ‘유럽여행과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지난달 이탈리아 여행의 경험을 곁들여 ‘오페라 작곡가 도니체티와 그의 고향 베르가모’를 소개했습니다.

주요 감상곡은 가에타노 도니체티(1797∼1848)의 오페라 중 대표 희극인 ‘사랑의 묘약’과 대표 비극인 ‘라메르무어의 루치아’였습니다. 이 두 오페라의 테너 아리아 중에는 똑 닮게 들리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루치아’의 ‘안녕이라 말하고 하늘로 간 그대여’의 전주를 들은 뒤에, 제가 말했습니다. “이 전주를 들은 뒤에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들으면 마치 같은 노래처럼 연결되죠. 앞의 노래는 죽기 직전의 비통함을 노래했고, 뒤의 노래는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레는 마음을 그린 건데도 똑 닮았어요.”

이 말을 듣자마자 무지크바움 대표께서 바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건 도니체티와 벨리니의 전성시대였던 19세기 초 ‘벨칸토 오페라’의 특징입니다. 무조건 아리아는 아름다워야 했죠. 그리는 장면이 슬픔인지 기쁨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런 묘한 불일치는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유명한 아리아 ‘남몰래 흘리는 눈물’에서도 느껴집니다. 제목에서부터 ‘눈물’이 나오는 데다가 어쩌면 처량하게까지 들리는 느릿한 6박자의 단조 음계로 멜로디가 진행되니 듣는 사람은 구슬픈 슬픔을 노래하는 장면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사랑을 쟁취한 것으로 여긴 남자 주인공이 기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역시 멜로디가 슬프게 들리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사람끼리 서로 지식을 더하는 점도 음악 모임의 묘미입니다.

앞에 살펴본 것처럼 ‘사랑의 묘약’은 19세기 초중반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징인 ‘조건 없이 아름다운 선율’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24∼26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사랑의 묘약’이 공연됩니다. 이 아름다운 오페라를 성악가들의 모습이 잡힐 듯 보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2013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인 테너 김범진 씨가 순진한 시골 총각 네모리노로 출연합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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