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 불안해 돈 안 쓰고 저축 늘리는 한국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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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총처분가능소득(GNDI)에서 소비하지 않고 남은 소득의 비율인 총저축률이 올해 1분기 36.5%로 집계됐다. 가계 기업 정부를 포함한 한국의 총처분가능소득이 100이라고 가정할 때 그 가운데 36 정도는 쓰지 않고 남겨둔다는 의미다. 1분기만 보면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들이 지갑을 닫고 좀처럼 열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의 총저축률은 1988년 41.7%까지 높아진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상승세로 돌아섰다. 돈이 있어도 마음 놓고 쓰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소득증가율 둔화, 가계부채 증가와 전세금 상승, 그리고 노후 대비의 필요성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1990년대 초반 ‘거품 경제’가 무너지면서 시작된 ‘잃어버린 20년’ 시기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인들도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 때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자신했으나 이제는 “자식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잘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는 단계다. 총저축률 상승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높은 저축률은 경제발전 초기에는 투자자금 마련에 도움이 돼 긍정적 효과가 컸다. 그러나 경제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저축률 상승을 반길 수만은 없다.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내수가 침체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돼 불황에 빠지게 되는 ‘저축의 역설’ 때문이다.

최근 메르스 파문까지 겹쳐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더 가라앉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그제 긴급 회동을 갖고 국내 휴가 장려 같은 소비 진작 운동에 나섰다. 정부와 여야가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내수 침체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민관이 힘을 합쳐 성장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때다.
#미래 불안#저축#한국인#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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