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정원 늘려 청년실업 해결한다는 한심한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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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16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늘려 신규 채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청년실업을 완화한다는 취지에서 공공기관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다음 달 ‘청년 일자리 종합 대책’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질타할 때는 언제고, 사람을 더 늘리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만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인력을 필요 없이 많이 쓰는 일이다.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반분양 아파트 사업처럼 민간 부문과 겹치는 사업을 중단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3개 분야에서 5695명의 잉여 인력이 발생하지만 인력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개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인 효율성을 저버린 셈이다. 여기에 인력 증원 방안까지 내놓았으니 이제 공공기관들은 한 사람이 할 일을 쪼개서 여러 명에게 시키겠다는 건가. 기획재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약된 재원으로 청년 고용을 할 경우 ‘별도 정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군색한 변명이다. 추가로 채용할 수 있는 인원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거품을 걷어내야 할 공기업의 ‘철밥통’을 더 늘려서는 안 된다.

최근 공개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한국광물자원공사 고정식 사장, 한국중부발전 최평락 사장, 한국시설안전공단 장기창 이사장 등 3명이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다. 실적이 부진한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물자원공사와 중부발전의 기관장 임기는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곧 그만두는 책임자들을 해임하는 것은 하나 마나 한 문책이다.

반면에 지난해 87곳이던 성과급 지급 대상 공공기관은 올해 101곳으로 늘어나 “잔치가 다시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가 다음 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역시 청년 고용을 내건 공공부문 확대와 공공청사 건설 활성화 같은 내용이라면 공공개혁이나 민간경제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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