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35% 뚝… 물류센터엔 빈자리 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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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직격탄’ 인천 물류센터 가보니

한국에서 수출되는 중고차의 대부분이 모이는 인천 연수구 옥련동의 한 물류센터. 저 멀리 건설 중인 송도 신도시의 세련되고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흙바닥 위에 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줄지어 늘어선 이곳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3일은 수요일 오후. 가장 매매가 활발해야 할 평일 낮이었지만 약 5분에 한 번꼴로 중동 사람으로 보이는 운전자들이 모는 차가 이따금 지나갈 뿐이었다. 차 유리에 하얀색 글자로 ‘Libya(리비아)’ ‘Sold Out(판매 완료)’ 등의 단어가 적힌 차들도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다.

5일 오전 인천 연수구 아암대로의 한 중고차 물류센터에 중고차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이곳은 지난해 초만 해도 수출을 앞둔 
중고차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지만 최근 들어 중고차 수출이 급감해 곳곳에 빈자리가 생기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5일 오전 인천 연수구 아암대로의 한 중고차 물류센터에 중고차들이 듬성듬성 서 있다. 이곳은 지난해 초만 해도 수출을 앞둔 중고차들로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지만 최근 들어 중고차 수출이 급감해 곳곳에 빈자리가 생기고 있다. 인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물류센터 곳곳에는 빈 컨테이너와 함께 공터가 보였다. 윤두진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회장은 어두운 얼굴로 공터를 가리키며 “지난해 중반부터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2012년 중고차 수출이 한창 잘됐을 때는 빈자리가 생기면 20∼30개 업체가 들어오고 싶다며 줄을 섰는데, 지금은 주인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5만6200m²(약 1만7000평) 정도 넓이에 4000∼5000대를 세울 수 있는 이 물류센터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여 개 업체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지만 지금은 50여 개 업체만 남아 있을 뿐이다. 컨테이너 중 몇몇 곳에는 ‘○○트레이드’ ‘○○무역’ 등 간판이 2개가 동시에 달려 있기도 했다. “원래는 업체 한 곳이 컨테이너 하나를 쓰는 게 기본이에요. 컨테이너 하나당 825m²(약 250평)씩 할당돼서 3.3m²(1평)당 1만 원 정도 월세를 내는데, 그게 감당이 안 되니까 컨테이너 하나를 업체 두세 곳이 같이 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윤 회장의 설명이다.

KOTRA와 조합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중고차 수출 대수는 가장 수출이 잘됐던 2012년의 37만4446대에 비해 35.5% 줄어든 24만1591대에 그쳤다. 올해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일본차와 유럽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처지게 된 데다 중동 중남미 동남아 등 주요 중고차 시장의 경기 침체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중고차를 가장 많이 수출한 나라는 리비아(6만8318대), 요르단(3만3286대), 키르기스스탄(1만4700대), 예멘(1만3490대), 캄보디아(1만2003대) 등이다. 이 외에 이집트 몽골 러시아 등도 한국 중고차의 주요 시장이다.

결국 업계는 외부 여건이 좋아지길 기다리기보다 내부 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물류센터 설립 추진이다. 현재 인천에는 개인 소유의 물류센터 대여섯 곳이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상태. 그러다 보니 운영상 여러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색이나 정비·수리 과정에서 차 이동 문제다. 매물로 나온 중고차는 번호판을 떼어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상품화를 위해 정비소 등을 가야할 때면 특수차량에 차를 실어 이동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한다. 또 수출을 위해 컨테이너에 차를 넣는 일명 ‘쇼어링(shoring)’도 한곳에 모여서 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공공기관이 나서 대규모 수출단지를 조성하면 수출업체들이 지금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부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처럼 일이 진척되지는 않고 있다. 부지 이용 방식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인천항만공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이 각각 달라 아직 조율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이 시간이면 흥정하고 싸우고 하느라 시장 분위기였는데, 이젠 절간이 따로 없죠.” 윤 회장이 주인 없는 컨테이너를 보며 말했다.

인천=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중고차#수출#엔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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