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로봇손 없어도 돼… 세준이 백일잔치 기대 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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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美대사 인터뷰]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왼팔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로 “손이 조금 피곤해요. 로봇 손 없어요”라며 일반 보호대를 착용한 이유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7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왼팔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로 “손이 조금 피곤해요. 로봇 손 없어요”라며 일반 보호대를 착용한 이유를 밝혔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봄 날씨 같네요. 환영합니다. 오늘은 로봇 손 없어요.(웃음)”

7일 이뤄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인터뷰는 한국어 인사말을 시작으로 끝날 때까지 생기가 넘쳤다. 3월 5일 피습 뒤 한 달이 지나 한 시간여 진행된 인터뷰는 한국인에게 습격당한 미국대사가 한국과 한국인에게 감사하는, 역설적이지만 의미 있는 자리였다.

피습 당시 그는 오른쪽 뺨에 길이 11cm, 깊이 1∼3cm의 열상(찢긴 상처), 왼팔에 관통상, 손등·손가락·오른쪽 허벅지 등에 자상(찔린 상처) 등 총 6곳을 다쳤다. 하지만 다시 만난 대사는 생사를 넘나들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쾌활했다. 보조기구를 낀 왼손을 ‘로봇 손’이라고 농담할 만큼 여유도 있었다. “만약 내가 그런 공격을 받았다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그렇게 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까. 리퍼트 같은 인물이 주한 대사여서 다행”이라던 고위 한국 외교관의 언급이 떠올랐다. 그는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건에 대한 구체적은 발언은 피했다.

○ “아들 백일잔치 준비해요”


―지금 건강은 어떤가.

“운이 좋았다. 현장에서 대처를 잘했고 훌륭한 의료진 덕분에 몸 상태가 좋아 업무에도 잘 복귀했다. 손의 보호 장구를 풀기까지 수개월,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기까지는 1년이 좀 넘게 걸릴 것 같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결국 100%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언론에 화제가 됐던 로봇 손은 착용할 때도 있고, 벗을 때도 있다고 한다.

―부인과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나.

“(1월에 태어난) 세준이는 아직 상황을 잘 모르고(웃음), 그저 ‘우유 주세요(한국어)’라고 한다. 로빈도 한국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부모님도 우리가 서울에서 근무하는 점을 자랑스러워하신다.”

―이달 말이면 아들이 태어난 지 100일인데….

“(백일)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장모님이 세준 한복 샀어요(한국어)’. 외교관 동료들을 초대하고 백일 떡도 만들 거다. 기대된다.”

○ “민화협 행사 초청에 다시 응하겠다”

사건 이후 안전 문제에 대해 “신변 안전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견 ‘그릭스비’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예전 생활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릭스비는 이날은 데려오지 않았다.

―100% 일상으로 돌아온 것인가.

“대부분 돌아왔는데 양손으로 타자를 치는 건 불편하다. 역기도 들 수 없다. 세준이 기저귀 가는 것이나 집안일을 못 하는 좋은 핑계가 되고 있다. 로빈에게는 잘 안 통한다는 게 문제이지만(웃음). 2, 3개월이면 완전히 일상으로 복귀할 것 같다.”

―행사를 주최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피습 사건에 대해 미안해하는데 다시 민화협 행사에 응할 생각인가.


“민화협 상임대표인 장윤석, 설훈 의원이 관저를 방문해 좋은 대화를 했다. 특히 범인을 제압한 장 의원에게 뭐라고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민화협이 다시 부른다면 즐겁게 초청을 받아들이겠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당일 병원 이송에 도움을 준 본보 기자에게도 “조숭호 기자가 자신을 돌보지 않고 결단력 있게 도와주었다”며 각별한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피습 당일 트위터에 한글로 ‘같이 갑시다’라고 쓸 생각을 어떻게 했나.

“그냥 마음에 떠올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 나와 로빈은 사건 직후 보여 준 한국인들의 성원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 “한미, 한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리퍼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상원의원 시절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었고 대선 캠페인, 백악관 생활을 같이했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친분이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묻자 “대통령은 피습 후 몇 분 만에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주고 대사 취임 선서할 때 찾아온 좋은 친구다. 하지만 ‘왜 대통령과 자주 농구하지 않느냐’고 물을 때면 곤혹스럽다. 항상 대통령이 나를 이기기 때문(웃음)”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중국에 기울어져 있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미국은 한중이 좋은 관계를 갖기 원한다. 한미, 한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그렇게 이 지역의 모든 국가가 다 잘 지낼 수 있다.”

―미국의 거듭된 재고 요청에도 한국은 최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결정했는데….

“한국이 결정할 주권 사항이다. 다만 미국은 기존의 다자개발은행(MDB·아시아개발은행 등을 뜻함)에 집중하고 있다. 미 의회는 1990년대부터 환경 노동 기준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저개발국에는 이런 기준이 중요하다. 앞으로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기대한다.”

리퍼트 대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의 공식 발표 외에 오늘 덧붙일 말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독자에 감사 메시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7일 인터뷰를 마친 뒤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동아일보 독자 여러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ML(마크 리퍼트)”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동아일보 독자에 감사 메시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7일 인터뷰를 마친 뒤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동아일보 독자 여러분,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ML(마크 리퍼트)”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 “워싱턴에 한국 피로감 없다”

―한일 역사 갈등 속에 한국에선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의 로비가 미국 정치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수년간 백악관과 의회에서 근무하면서 지켜봤지만 한국은 존중받고 있다. 동북아 이슈는 물론 주요 사항을 결정할 때 미국은 항상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한다. 한국의 목소리는 미국에 잘 전달되고 있다.”

―워싱턴에 ‘한국 피로감(한국은 역사 문제만 반복한다)’ 증상이 있나.

“나는 전혀 보지 못했다. 한미 간 고위급 대화의 빈도를 보라. 합참의장, 미국 국무부 부장관 등 미 당국자들도 한국 방문을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은 취임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올해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업을 준비 중이다. 한반도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유라시아 친선 특급’ 철도 연결 행사, 나진(북)∼하산(러시아) 간 철도 연결 사업 투자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대러 제재를 단행 중인 상황에서 한-러 관계 진전을 미국이 우려하지 않느냐고 물었으나 대사는 “제재에 대해 한국과 긴밀히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이 점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김영식 기자
#리퍼트#인터뷰#로봇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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