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방차 진입 막는 무리한 ‘거주자 주차구역’ 손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의정부화재 50m 진입에 3분… 불법주차 아닌 주차구역 차량 탓

소방차 등 긴급차량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주택가 골목길에 운영 중인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대폭 조정된다. 또 모든 소방차와 구급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출동을 방해하는 이른바 ‘얌체 운전자’를 집중 단속한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열린 전국 소방본부 방호과장 긴급회의에서 거주자 주차구역 정비 및 긴급차량 양보운전 위반 단속 강화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안전처가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정비에 나선 것은 지난달 10일 발생한 경기 의정부시 도시형 생활주택 화재 때문이다. 안전처 조사 결과 처음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 앞은 폭 5.8m의 이면도로다. 화재 진압에 충분한 폭이다. 문제는 이곳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진입로다. 이 진입로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있어 도로 폭이 4m로 줄어든 것. 일부 구간은 도로 양편에 주차구역이 설치돼 폭이 2.7m에 불과했다.

5t 중형 소방차(폭 약 2.6m)가 겨우 통과할 정도다. 대형 소방차(폭 약 3m)는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당시 오전 9시 27분 화재신고 6분 만에 소방차가 진입로에 도착했지만 50여 m 떨어진 현장에 도착하는 데 3분이나 걸렸다. 불법 주정차는 아니었지만 무리하게 지정된 주차구역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친 셈이다.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은 기초자치단체가 지정 권한을 갖고 있다. 주차장법 시행규칙에는 ‘너비 6m 미만의 도로에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면서도 보행자 통행 등에 지장이 없으면 별도 조례로 지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사실상 지자체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안전처는 올 상반기 전국 지자체와 협의해 소방차 진입이 곤란할 정도로 도로 폭을 줄여 설치된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또 새로 주차구역을 정할 때 반드시 관할 소방서와 사전 협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직선도로는 폭 6m, 곡선도로는 폭 8m의 여유 공간을 둬야 한다는 기준도 새로 세웠다.

이와 함께 긴급차량의 신속한 출동을 위해 올해 말까지 전국의 모든 소방차와 구급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된다. 현재 전체 긴급차량(6825대) 가운데 69.5%(4744대)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긴급차량에 고의로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승합차 6만 원, 승용차 5만 원, 이륜차 4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속 후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는 비율도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긴급차량 양보운전 의무 위반 차량이 80여 건 적발됐지만 실제 과태료가 부과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운전자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할 경우 지자체가 부과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전처는 “과태료 부과 권한이 있는 지자체와 협의해 부과율 향상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