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채운]전통시장을 청년창업 실험실로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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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
창업의 꿈은 젊은이의 피를 끓게 만든다. 열정과 재능을 가진 청년들이 자립하기 위해 창업에 도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청년들은 자본과 경험이 부족하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개발된 획기적인 기술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는 청년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평범한 일반 청년들은 아이디어와 의욕만 가지고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창업이란 모든 것을 거는 모험이다. 따라서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은 비용과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벼운 창업(lean start-up)’으로 출발하길 추천한다. 문제는 그 공간이다. 창업보육센터나 인큐베이터는 입주 요건이 까다로워 가벼운 창업에 맞지 않다. 청년들이 가볍게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 바로 전통시장이다.

다양한 점포가 밀집한 전통시장은 적은 비용으로 창업하고 비교적 부담 없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비자 대상으로 테스트 마케팅을 실행해 성공모델을 찾아 더 큰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은 연구실이나 보육센터보다 현장감 넘치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기술 지향적 벤처의 한계는 시장과 동떨어졌다는 점이다. 기술창업은 기술 수준이 열등하기보다는 시장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전통시장은 청년들에게 시장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된다. 전통시장에서 창업하는 청년들은 기술보다 시장을 먼저 체험하며 배우는 기회를 갖는다. 시장논리를 깨닫고 소비자를 이해하면 나중에 어떤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해도 실패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전통시장은 일반 서민의 창업보육센터 역할을 담당해 왔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청년이 시장의 점원으로 출발해 장사를 배우고 나중에 독립해 자기 점포를 열어 돈을 벌고 큰 기업을 일군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형지그룹의 최병오 회장은 빈손으로 동대문시장에서 시작해 중견기업을 만들어낸 대표적 기업인이다.

전통시장 내에 다양한 청년창업의 기회가 존재하지만, 청년들은 잘 알지 못한다. 정부는 전통시장의 창업 지원 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널리 알려 도전하는 청년들의 ‘시장창업’을 장려해야 한다. 전통시장 청년창업이 활성화되면 전통시장도 더불어 같이 살아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청년창업을 통해 전통시장이 사회안전망에서 창조경제의 원천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 교수
#전통시장#청년#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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