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심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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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심리지수 두달 연속 하락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도 더 냉각… 금리인하-부양책 등 약발 안먹혀

11월 소비심리가 세월호 참사 직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내수침체가 경제 외적(外的) 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또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경기부양 등 정부 대책도 잘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와 가계 빚 증가, 소득 정체 등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가계의 소비를 옥죄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3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올 4월까지 108을 유지하던 소비자심리지수는 세월호 사고 직후인 5월에 105로 추락했지만 8월에 107까지 오르며 정상 궤도를 회복하는 듯했다. 하지만 10월에 105로 전달 대비 2포인트 하락했고 이달에 더 내려가면서 작년 9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수입전망이 전달 수준을 유지했을 뿐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 등 주요 지표들이 일제히 내림세를 보였다. 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주택가격 전망도 119로 10월(124)보다 5포인트나 떨어졌다. 두 차례에 걸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가 여러 차례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내수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뜻이다.

한은 통계조사팀 정문갑 차장은 “소비자심리지수는 임금근로자나 자영업자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대표적 체감경기지표”라며 “미국 양적완화 종료, 엔화 약세 등으로 국내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는 내용이 널리 보도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를 반전시킬 만한 극적인 ‘카드’는 더이상 찾기 힘들 것으로 본다. 국내 경제의 제반 상황을 볼 때 소비침체가 워낙 큰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도 큰 요인 중 하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특히 50대 이상 가구는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부담 때문에 현재의 소비를 미루고 있다”며 “소득 흐름도 정체돼 있지만 설령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 빚도 무시할 수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 수준에 가까이 가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가계가 빚이 무서워서 돈을 허투루 쓰지 못하는 것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다채무(debt overhang) 때문에 원리금 상환이 많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빚이 머릿속에 숙취처럼 남아있는 한 소비가 늘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소비자#심리지수#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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