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이번엔 자살병사를 ‘일반사망’ 처리, 가해자 솜방망이 징계… 인권위가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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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 구타사망 파문]
2012년 구타-폭언 못 견딘 이병… 외박 나온뒤 유서 남기고 자살
육본 “개인적 이유 더 커” 은폐 의혹… 인권위, 이례적 대규모 직권조사

군 당국이 부대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자살한 병사를 ‘일반사망’으로 처리하고, 가해자들에겐 가벼운 처벌만 내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군대 내에서 선임병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이병에 대해 올해 4월 육군참모총장에게 순직 처리를 권고했고, 군 당국이 그제서야 순직 처리했다고 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A 이병은 2012년 8월에 육군에 입대한 이후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 그가 임무를 잘 숙지하지 못하면 B 상병은 침대 위에 무릎을 꿇게 한 뒤 1분간 벽을 바라보며 머리를 흔들게 했다. 제대로 암기하지 못하면 “네 눈이 소만 하다”며 소 울음소리를 내라고 명령했다.

A 이병은 견디다 못해 그해 10월 아버지 기일이라고 보고한 뒤 외박을 나왔다. 다음 날 ‘선임들 때문에 힘들다’ ‘각종 폭언과 모욕, 간접폭행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A 이병을 괴롭힌 선임병 9명 중 2명만 법정에 섰고, 나머지는 가벼운 징계처분만 받았다. 기소된 2명도 벌금 100만 원과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선임병의 징계는 휴가제한 5일, 영창 15일 등이었다.

군사령부 헌병단은 그해 12월 사망원인수사보고서에서 “선임병들로부터 계속되는 폭행과 가혹행위, 폭언과 욕설 등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삶에 회의를 느끼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육군본부는 사망조사보고서에 ‘부친의 자살 등 개인적인 사유가 더 큰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일반사망’으로 처리했다. A 이병의 부친은 입대 전인 2009년 태국에서 사고로 숨졌다.

한편 인권위는 인권보호가 취약한 군부대를 직접 조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언론 보도나 제보로 파악된 ‘취약 군부대’들을 7일 상임위원회 안건에 회부하고, 의결되는 즉시 직권조사에 착수한다고 6일 밝혔다.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되는 부대로는 구타로 사망한 윤모 일병이 소속됐던 육군 28사단, 본보에 보도된 이모 상병이 소속됐던 경북 영천시 제2탄약창 경비 제2중대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총기난사와 자살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22사단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2001년 설립된 뒤 모두 11차례에 걸쳐 군부대를 직권조사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이때는 대개 한 부대만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고 이번처럼 여러 부대를 대상으로 동시에 조사에 나선 적은 없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솜방망이#구타사망#자살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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