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출신들이 만든 화장품 ‘대박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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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튠에이지’ 개발팀 화제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튠에이지’의 연구개발팀이 포즈를 취했다. 윗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경원 팀장, 정재홍 파트장, 조예경 매니저, 이들과 공동작업을 한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의 이지선 선임연구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튠에이지’의 연구개발팀이 포즈를 취했다. 윗줄 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김경원 팀장, 정재홍 파트장, 조예경 매니저, 이들과 공동작업을 한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의 이지선 선임연구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망치, 드라이버, 저항측정기, 납땜기…. 화장품 회사에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도구들이지만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튠에이지(tuneage)’ 연구개발팀에는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들이다. 튠에이지는 2013년 4월 LG생활건강에서 새로 선보인 브랜드로 화장품과 기계장치를 접목해 화제를 모았다. 진동 클렌저, 진동 마스카라 등을 출시해 1년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넘길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연구팀은 화학·마케팅·디자인 전공자들로 이뤄진다. 그러나 튠에이지 연구개발팀은 팀원 3명 모두가 공학도 출신이다. 김경원 팀장은 대학에서 플라스틱 등 신소재를 연구하는 고분자공학을 전공했고, 정재홍 파트장은 화학을, 조예경 매니저는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조 매니저는 “일반 화장품 연구팀은 비커나 믹서 등을 쓰지만, 우리 팀은 전류측정기나 회전속도 측정로 실험을 하고 직접 기기 설계까지 담당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화장품 성분이 아닌, 화장품을 바르는 여성들의 손동작을 연구한다는 점에서도 독특하다. 이들은 여성들이 속눈썹을 뿌리 부분부터 빗어 올리기 위해 좌우로 마스카라 솔을 움직이는 동작에서 힌트를 얻어 팀의 최대 히트작인 ‘지그재그 진동 마스카라’를 만들어냈다. 이 제품에는 솔이 1초에 10회 이상 좌우로 진동하면서 속눈썹을 빗어 올려주는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

‘세라믹 리프터’와 ‘스핀컨트롤 클렌징 브러쉬’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팀은 기초 화장품이 잘 스며들도록 얼굴을 두드려주는 ‘세라믹 리프터’에서는 여성들이 화장품을 바를 때 손으로 피부를 톡톡 두드리는 동작을 기계로 재현했다. 자동으로 회전하며 얼굴을 닦아주는 ‘클렌징 브러쉬’는 여성들이 비누 거품을 묻혀 양손으로 원을 그리며 얼굴을 닦아 내는 동작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기존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터가 탑재된 각종 기계를 분해해 화장품에 적용할 만한 기계적 특징을 찾고 또 찾았다. 지그재그 진동 마스카라의 경우 손톱 정리용 미용기기 모터에 마스카라 솔을 붙이는 것으로부터 개발을 시작했다. 정재홍 파트장은 “눈이 찔리지 않을 정도로 솔의 운동 속도와 강도 등을 조절했고, 건전지와 모터를 넣고도 화장품 파우치에 들어갈 만큼 제품을 작게 만드는 데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본적인 설계를 마친 후 기계에 최적화된 화장품 성분을 만드는 것은 사내 연구소의 몫이다. 지그재그 진동 마스카라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한 이지선 선임연구원(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은 “일반 제형과 똑같은 것을 사용하면 오히려 진동 기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기계와 궁합이 맞는 내용물을 개발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3명의 팀원이 태스크포스로 시작한 튠에이지가 높은 매출을 달성하자 LG생활건강은 앞으로도 화장품 개발에 기계·전자 분야를 접목하는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경원 팀장은 “단순히 화장할 때 쓰는 기기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제품은 여성들의 생활습관과 기계공학, 피부과학을 접목한 종합적 연구결과의 집약체”라며 “앞으로도 그동안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발명품 같은 화장품’을 계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LG생활건강#튠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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