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강원택]여야, 대선 후유증 벗어나 진정한 경쟁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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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쪽에도 일방적 승리 안준 절묘한 6·4지방선거 표심
새누리당엔 일방적 독주 경고, 새정치연엔 “능력 키워라” 교훈
與野, 준엄한 국민의 뜻 새겨 대선승리 몽상-패배 무기력 탈피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강원택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강원택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출마한 후보자나 정당 관계자들로서는 피가 마르는 일이겠지만 근소한 표 차로 접전을 벌이며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선거일에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엊그제 지방선거에서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두 정당 후보가 팽팽하게 접전을 벌이는 지역이 적지 않아 맥주 몇 캔 마셔가며 밤늦도록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지역별로는 후보자 간 경쟁이 치열했던 곳이 많았지만 전체적인 선거 결과는 여야 간 승패를 뚜렷하게 가르기 어려웠다. 두 정당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배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결과를 얻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사실 선거 이전의 불리한 여건을 생각하면 선방한 셈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수습 과정에서 정부는 속수무책으로 무능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고,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드러난 대로 청와대는 정치적으로 독선적이고 갇혀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본전은 한’ 결과에 안도했을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서울과 충청권 등에서 선전했지만 동시에 역부족도 실감했을 것 같다. 야당으로서는 선거 전 호재를 만난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지지의 확대는 분명한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대선 이후 정치적으로 지지부진한 상태가 계속됐고 당 지지율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점에서 새정치연합에도 이번 선거 결과는 아쉽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러한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2012년 대통령 선거가 떠올랐다. 그때와 선거 결과가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51.6%를 득표해 48%를 득표한 문재인 후보보다 겨우 3.6%포인트를 더 얻었다. 승자와 패자가 갈렸지만 사실 내용적으로는 두 정당에 대한 지지가 거의 대등하게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은 100 대 0으로 이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은 완패한 것처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흥미로운 것은 유권자들이 박 대통령이나 두 정당에 그들이 정치적으로 어디에 서 있는지 그 위치에 대해 새삼스레 깨닫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의 정치적 의미는 매우 절묘해 보인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는 지난 대선 이후 독선적이고 일방통행식으로 이끈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해 반성하고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사실 새누리당이 대패했다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크게 손상됐을 것이다. 선거 승리를 토대로 야당은 정국을 주도하려고 나섰을 것이며 사사건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시비를 걸었을 것이다. 더욱이 집권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정치적 야심가의 출현을 초래했을 것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로 보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은 상대방의 실수나 잘못에만 편승해서는 결코 집권할 수 없다는 자명한 교훈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사실 대선 패배 이후 안철수 영입 외에 딱히 내부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낸 것은 없었다. 이만큼의 성과는 상대방의 실수 탓이지만 새정치연합이 얻을 수 있는 최대치도 바로 그 지점까지라는 것을 이번 선거 결과는 잘 보여줬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서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한 또 다른 점은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가 약진한 것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경쟁, 서열화, 교육환경의 계층 간 격차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한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라면 지난 대선 때 많은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던 복지, 경제민주화의 요구와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선의 주요 이슈는 정치적으로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이 났지만 어찌 보면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은 이제야 대선 승리로 인한 몽상과 대선 패배로 인한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의 성패와 이후의 권력 향배를 향한 여야 간 진정한 경쟁이 비로소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강원택 객원논설위원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000kangwt@snu.ac.kr
#지방선거#새정치연합#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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