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 전원 일손 놔… ‘뉴스9’ 다큐로 때우고 마감뉴스 결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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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치닫는 KBS]
길환영 사장 사퇴거부 파문 확산

사장 승용차 지붕 올라타며 출근저지 청와대 개입설로 내홍을 겪고 있는 KBS 노조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주차장 입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그의 출근을 막고 있다. 일부 노조원은 길 사장이 탄 차 위로 올라타거나 차량을 가로막았으며 이 과정에서 차량 앞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사장 승용차 지붕 올라타며 출근저지 청와대 개입설로 내홍을 겪고 있는 KBS 노조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주차장 입구에서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그의 출근을 막고 있다. 일부 노조원은 길 사장이 탄 차 위로 올라타거나 차량을 가로막았으며 이 과정에서 차량 앞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는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해경이 해체되는 엄중한 시기에 뉴스 대신 돌고래 다큐라니 코미디네요.”

“여성이 혼자 진행하니 북한의 조선중앙TV 같네요.”

19일 KBS가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뉴스 프로그램을 파행 방송하자 온라인에서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기자직인 앵커 13명이 제작 거부에 동참함에 따라 이날 메인 뉴스인 ‘뉴스9’는 최영철 앵커 없이 이현주 아나운서가 혼자 19분간 진행했다. 제작 거부 이전에 제작된 리포트만 방영됐고 KBS 기자협회의 제작 거부 및 길환영 사장 기자회견 등 KBS 사태 관련 뉴스만 유일하게 기자가 보도했다. 예정된 뉴스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자 다큐멘터리 ‘스파이 돌고래’를 앞당겨 방영했다. 오후 11시 30분에 방송되는 마감뉴스인 ‘뉴스라인’은 결방됐다.

길환영 사장이 사퇴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 부실 보도 논란으로 촉발된 KBS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의 KBS 보도 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 파업하면 교양 예능도 파행 불가피

KBS 기자협회가 이날 오후 1시 20분부터 20일까지 한시적인 제작 거부에 들어간 데 더해 보도본부의 수장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까지 동시 교체됐다. KBS는 이날 오후 이세강 해설위원을 보도본부장으로, 박상현 해설위원실장을 보도국장으로 인사 발령했다. 지난해 5월부터 보도본부장을 맡아온 임창건 전 본부장은 16일 사표를 냈다. 백운기 전 보도국장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후임으로 12일 임명됐으나 인사 발령 일주일 만인 이날 사퇴해 해설위원으로 발령 났다.

현재 보도국 일선 기자는 물론이고 보직 부장(20명)과 팀장(49명)들이 모두 사퇴하고 일손을 놓은 상태여서 보도 프로의 방송 파행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뿐만 아니라 PD직군 팀장급 57명, 경영직군 팀장 35명, 편성본부 팀장 15명도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노조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21∼23일 총파업 투표를 할 예정이다. 교섭단체노조인 KBS노조(1노조)도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양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뉴스와 시사 외에 교양, 예능 같은 다른 프로의 파행 방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양대 노조 모두 길 사장에게 등 돌린 이유

KBS에서 이념 성향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김인규 전 사장 때도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은 있었으나 진보 성향의 새노조만 참여했다. 그러나 길 사장 퇴진 요구에는 1노조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1노조의 한 임원은 “이번에는 청와대 측의 개입을 알 수 있는 확실한 팩트(사실)가 나왔다”면서 “길 사장은 말단 팀장 인사까지 관여했다. 사안이 더 크다”고 말했다.

길 사장이 최초의 KBS PD 출신 사장이어서 보도국의 신임을 못 받는 데다 전 정권 때 임명된 사장이라는 ‘핸디캡’을 의식해 더욱 코드 맞추기를 하다 사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길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협회가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이 직종 이기주의도 있는 것 같다” “격려를 보내주는 분 중에 ‘혹시 PD 사장에 대한 기자 사회의 집단 반발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해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KBS 이사 11명 중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KBS 임시이사회는 21일 열린다.

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길환영#KBS#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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