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3, 4일 기업서 훈련받는 도제제도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청년고용대책 내용과 문제점

‘가려운 부위를 긁었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15일 내놓은 청년 고용대책은 중소기업의 일자리가 넘치는데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는 불일치 문제를 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직을 늘리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어떻게든 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번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고졸자가 중소기업서 근속하도록 유도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청년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구직활동을 통해 취직한 뒤 회사에서 근무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자리 단계’로 규정하고 단계마다 선진국을 본뜬 지원책을 마련했다.

교육단계에선 1주일에 하루나 이틀 학교 수업을 받고, 3, 4일은 기업에서 훈련 받는 스위스식 도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에 특성화고 3곳, 기업학교 4곳에서 이런 도제식 교육을 시범운영한 뒤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산업단지 근처 학교들이 채용과 연계한 ‘기업 맞춤형반’을 운영토록 해 2017년까지 1000개 정도로 학급 수를 늘리기로 했다.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재직자 중심의 직업훈련을 청년실업자로 확대하는 한편 훈련 내용을 단순 기능 중심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써 먹을 수 있는 심화과정 수준으로 개편한다. 예를 들어 삼성디자인스쿨이나 김영모제과점 같은 유명 기업에 종사하는 고숙련자가 교육에 참여해 기술을 직접 전수한다.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채용정보가 크게 부족한 점을 감안해 정부가 만든 워크넷(www.work.go.kr)을 통해 강소기업 관련 정보를 많이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구직과정에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을 돕기 위해 감세제도인 ‘기초보장 근로소득공제’ 적용 대상을 기초수급 청년층(만 18∼24세)으로 확대한다. 지금은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청년에게만 공제혜택을 주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람이 병역을 마친 뒤 같은 기업에 복직하면 근로소득세를 5년 동안 감면해준다. 감면기간이 현행(3년)보다 2년 늘어나는 것. 체계적 기술교육을 받은 중소기업 취업자가 ‘맞춤특기병’ 제도에 따라 입대하면 기술훈련(3개월∼1년)을 면제해준다. 대학 재학생도 일·학습 병행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고 있다면 맞춤특기병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또 정부는 산업단지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서관, 영화관, 유치원, 임대주택 등을 갖춘 12개의 미니복합타운을 조성한다. 올해 안에 충북 충주와 충남 예산지역에 시범타운 공사를 시작한다.

○ “정부가 중소기업의 한계 외면” 지적


이날 정부 대책으로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근속기간이 길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초 정보통신 관련 중소기업에 입사한 정모 씨(27)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이직할 준비를 해왔는데 근속장려금을 준다니 좀더 다녀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근로자 마음을 잘 읽은 대책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청년 고용률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급급한 미봉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학 졸업 후 의류업체에 인턴으로 재직 중인 김모 씨(26·여)는 “중소기업을 다니면 연봉이나 복지가 대기업보다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중소기업 취업을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몇백만 원의 지원금보다 중소기업이 처한 구조적 한계들을 근본적으로 수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는 취업 유인책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방대에 재학 중인 구모 씨(26)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이나 보조금이 너무 적어서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특성화고교 교장은 현장실습 시기를 앞당기는 조치와 관련해 “교육부가 정해준 필수 교육과정을 이수하다 보면 3학년 1학기가 끝나고 나서야 실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현실을 잘 모르고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의 한 특성화고교 교장은 “현재 교과과정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부분이 정해져 있어서 개별 학교의 특수성이 발휘되기 힘든 구조”라며 “고졸 취업도 중요하지만 각 학교가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legman@donga.com   

김수연·전주영 기자
#청년 고용#중소기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