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트 회장 “한국 폭탄주는 최악폭음… 술상머리 교육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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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 음주문화 전도사’ 그랜트 국제알코올정책연구소 회장 방한

마커스 그랜트 국제알코올정책연구소 회장이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즐기는 폭탄주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마커스 그랜트 국제알코올정책연구소 회장이 최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즐기는 폭탄주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보다 어떻게 마시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하루 두 잔씩 마시는 것보다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겠다고 금요일 저녁에 열네 잔을 한꺼번에 마시는 게 몸에 아주 더 해롭다는 뜻이죠.”

‘건전 음주문화의 전도사’로 유명한 마커스 그랜트 국제알코올정책연구소(ICAP) 회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사람이 즐기는 폭탄주야말로 건강에 해로운 단시간 폭음(binge drinking)의 대표적 사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ICAP는 1995년 미국 워싱턴에 설립된 비영리기구로 주류정책과 알코올 유해성 등을 주로 연구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몸담았던 그랜트 회장은 지난달 25일 한국주류산업협회와 ICAP가 공동 주최한 ‘알코올 유해성 감소를 위한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위스키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스코틀랜드 사람들도 한쪽엔 위스키, 한쪽엔 맥주를 놓고 마시는 등 한국인 못지않게 술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민족”이라면서도 “이런 스코틀랜드에서조차 최근 10년 사이 음주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랜트 회장은 “스코틀랜드에서도 직장 상사나 연장자가 여러 사람에게 술을 사면서 자신이 대단한 사람(big man)인 것을 강조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마시고 싶은 사람만 자기 돈으로 술을 주문하거나 2, 3명 규모의 소그룹으로 술을 마시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술자리의 환경은 음주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여럿이 모여 마시거나 술값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분위기에 취해 통제력을 잃기 십상”이라고 덧붙였다.

그랜트 회장은 아울러 ‘책임 있는 음주(responsible drink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임 있는 음주란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으며, 술을 마시는 중에도 ‘책임’의 중요성을 잊지 않는 것이다. .

그는 “책임 있는 음주를 위해서는 ‘술상머리 교육’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부모가 향후 자녀의 음주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모들이 먼저 건전한 음주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호주에서 2007년부터 실시된 ‘드링크와이즈(Drinkwise)’란 캠페인이 모범 사례다. 이 캠페인은 ‘아이는 당신의 음주습관을 따라합니다(Kids Absorb Your Drinking)’란 구호를 앞세워 호주 국민 41%의 음주 습관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그랜트 회장은 “술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촉진해 주기도 하지만 반드시 술을 통해서만 사람들이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권리를 인정해주고 술이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건전한 음주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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