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세계대회 개인전 우승 전무한 한국바둑… 국가대표 상비군 체제 가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4개조 10명씩 40명으로 운영… 조별 리그전 거치는 승강제 도입

한국기원은 다른 스포츠 종목처럼 국가대표 상비군 체제를 다음 달 초 본격 가동한다. 그동안 아시아경기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대표팀 체제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상시화 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해 들어 세계 바둑대회 개인전에서 한 번도 우승자를 내지 못하고 중국에 크게 밀린 데 따른 대책이다.

한국은 올해 초 바이링(百靈)배에 이어 잉창치(應昌期)배, 춘란(春蘭)배에서 잇달아 중국 기사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특히 LG배에서는 한국 기사들이 8강에 1명도 진출하지 못해 충격을 줬다. 일본은 1명 진출했다. 세계대회에서 한국 기사가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그것도 안방에서 진 것이라 충격이 더 컸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불과 열흘 전 제1회 멍바이허(夢百合)배 16강전에서도 또다시 참사가 발생했다. 16강전에 오른 최철한 9단, 조한승 9단이 모두 8강전에서 패했다. 중국 언론은 “세계대회에서 중국 기사만 8강에 오른 것은 처음으로 1988년 후지쓰(富士通)배가 생긴 이래 25년 만의 쾌거”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한국기원의 국가대표 상비군 체제다. 상비군은 4개조(A, B, C, D)로 각 10명씩 40명으로 운영된다. 조별로 리그전을 거쳐 성적에 따라 3명은 상위조로 올라가고 3명은 하위조로 떨어지는 승강(乘降)제를 도입했다. 20일 한국기원 관계자에 따르면 A조 10명은 불참의사를 표시한 이세돌 최철한 이창호와 입대자들을 제외한 상위 랭커 10명(박정환 김지석 박영훈 조한승 강동윤 이영구 김승재 목진석 나현 이지현)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B, C, D조는 28일 확정할 예정이다. 먼저 26∼28일까지 예선전을 거쳐 10명을 선발한 뒤 홍성지, 이미 선발한 영재 10명과 여자 9명 등 모두 30명을 랭킹 순위로 B, C, D조에 10명씩 배치한다.

특히 영재들을 키운다는 취지에 따라 신진서(13) 신민준 초단(14)을 비롯해 이동훈(14) 변상일 2단(15), 그리고 강승민(19) 황재연(18) 한승주 2단(17), 김진휘(17) 설현준(14) 최영찬 초단(14) 등 10대 10명을 확정했다. 코치진도 이홍렬 총감독과 안조영 감독, 박승철 코치로 정했다.

안조영 감독은 “이달 말 상비군 40명이 확정되는 대로 9월 초부터 상비군을 소집해 가동할 계획”이라며 “자율성을 존중하되 어느 정도 규칙을 만들어 성과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주 화요일에는 리그전을 하되 조별로 바둑 연구회도 운영한다는 것.

하지만 상비군 체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강제가 통하는 중국의 상비군제와 한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상비군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대국료 등 적절한 금전적인 대책 및 혜택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기호 월간바둑 편집장은 “한국 바둑이 세계 바둑계에서 호령할 수 있었던 것은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의 천재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상비군 체제를 통해 영재들이 하루빨리 거목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