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주인이 버린 집, 사랑의 임대주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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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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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동구, 빈집 리모델링… 저소득층에 거주지 제공
7일 1, 2호 주택 입주식

주인이 방치한 옛 도심권의 빈집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탈바꿈했다. 조모씨(24·왼쪽)가 앞으로 거주할 인천 동구 금창동의 리모델링 주택을 6일 찾아가 구청 여직원과 살림 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인천 동구 제공
주인이 방치한 옛 도심권의 빈집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으로 탈바꿈했다. 조모씨(24·왼쪽)가 앞으로 거주할 인천 동구 금창동의 리모델링 주택을 6일 찾아가 구청 여직원과 살림 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인천 동구 제공
“이달 말 군에서 제대하는 아들에게 부모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쁩니다. 그동안 군에 있는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함께 지낼 곳이 없어 너무나 미안했는데….”

경인전철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2년여 동안 봉고차 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 씨(53)는 요즘 새집에 입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렌다.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세상을 미워했던 그는 다시 의욕을 갖고 건설 현장 등으로 일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는 원래 동인천역 주변에서 자그마한 가구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2010년 동인천역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공장을 내줘야 했다. 그에게 보상비로 나온 돈은 2700만 원.

그는 액수가 너무 적다며 보상비를 수령하지 않은 채 역 광장에서 ‘봉고차 투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도시재생사업 시행자는 이 씨의 보상비를 법원에 공탁해 버렸다. 하지만 예전에 이 씨가 연대보증을 서 준 처남이 빚을 갚지 않자, 금융기관은 공탁해 놓은 이 씨의 보상비를 빼갔다. 무일푼이 된 그는 지금까지 봉고차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조택상 인천 동구청장은 영하 15도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던 지난해 12월 중순 이 씨를 찾아갔다. 봉고차 노숙생활을 끝내고 구가 빈집을 새로 단장한 주택으로 입주할 것을 권유했다. 이 씨는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군에서 제대하는 아들을 위해 고민 끝에 수용했다.

이 씨가 들어가는 집은 동구가 금창동의 빈집을 리모델링한 집 2곳 중 1곳. 동구는 지난해 이곳에 있는 80여 채의 폐가와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특화사업인 ‘마을가꾸기 공동체’ 사업을 실시했다. 주인 없는 폐가는 공원으로 만들고, 주인은 있지만 방치된 빈집은 주인의 허락을 받아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사업을 펼치기로 한 것.

리모델링 공사는 동구의 사회적 기업인 나누리건설㈜이 맡았다. 2500만 원을 들여 빈집을 허물고 방과 거실, 부엌, 화장실, 난방시설을 갖춘 주택을 지었다.

이 씨는 새집에 보증금 300만 원과 월 12만 원의 임차료를 내고 최초 2년간 거주할 수 있다. 이후 3년간 연장해 살 수 있다. 이 집의 소유주는 5년 뒤 집을 돌려받아 자신이 거주하거나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

이 씨와 함께 다른 리모델링 주택에 입주하는 사람은 그동안 작은아버지 집에 함께 살고 있었던 조모 씨(24) 가족 3명. 조 씨 가족은 그동안 산더미처럼 쓰레기가 쌓인 집에서 작은아버지 식구 4명과 함께 살았다. 이 씨의 집은 25.8m²(7.8평), 조 씨의 집은 31.9m²(10.6평)이다.

동구는 7일 오후 2시 리모델링한 집 앞에서 이 씨와 조 씨 가족의 입주식을 열 예정이다.

인근 주민들은 밤이면 청소년들이 몰려와 담배를 피우거나 본드를 흡입하는 탈선 장소였던 빈집들이 임대주택이 됐다며 반기고 있다.

조 구청장은 “빈집과 폐가를 정비하는 사업을 통해 구도심의 슬럼화를 막고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안정적인 거주지를 마련해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임대주택#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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