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성공]137초뒤 안도… 215초뒤 기대… 540초뒤 환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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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에서 위성분리까지… 온 국민 시선 붙잡은 ‘9분 우주드라마’의 해피엔딩

나로호 발사 성공, 대한민국 우주로
“10, 9, 8, …, 2, 1, 0, 발사.”

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육중한 몸체를 과시하듯 굉음을 내며 힘차게 솟구쳤다. 1단 로켓의 분리는 물론이고 2단 로켓 분리, 위성을 싸고 있는 페어링 분리, 나로과학위성의 분리도 차질 없이 진행됐다.

나로과학위성의 분리가 확인되는 순간 540초 동안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초긴장 상태에 빠져 있던 발사통제동의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곳곳에서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는 목소리가 터졌다. 대한민국이 우주강국을 뜻하는 ‘스페이스클럽’에 11번째로 가입하는 순간이었다. 스페이스클럽은 자국의 땅에서 자국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 나라를 지칭한다.

이번 나로호 3차 발사의 최종 성공 여부는 나로호에 탑재된 나로과학위성이 지구 상공 297.64km 부근에 안착해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와 교신하는 31일 오전 3시 27분경에 결정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현재 2조1679억 원인 우리나라 우주산업 관련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5조4685억 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숨 막혔던 카운트다운 순간

나로호가 발사된 나로우주센터는 30일 오전부터 발사 성공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술진 대부분은 오전 7시경 아침식사를 일찌감치 마친 뒤 계속된 점검과 발사 준비로 점심식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은 이날 오전 머리를 맞대고 전날 있었던 최종 예행연습 결과와 우주센터 주변 기상조건, 나로호가 올라가는 궤적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물체를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대까지 고려해 발사 시간을 결정했다.

발사 시간이 오후 4시로 결정되자 발사 1시간 50분 전인 오후 2시 10분에 영하 183도의 차가운 액체산소(산화제) 주입이 시작됐다. 오후 2시 59분에는 연료인 케로신(등유)이 모두 채워졌다.

나로호 발사 과정을 총괄 지휘하는 발사지휘센터(MDC) 책임자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발사 18분 전인 오후 3시 42분경 발사 환경을 다시 면밀히 살핀 뒤 발사 지시를 내렸다. 발사 15분 전부터 발사관제시스템이 자동으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발사 10초를 남겨둔 시점부터 발사통제동은 침을 삼키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4시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1단 엔진이 점화되면서 나로호는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솟구쳐 올라 우주로 향했다.

○ 단계마다 긴장의 연속


지상을 떠난 나로호는 처음 10초 동안 화염에서 발사대를 보호하기 위해 북동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이후 자세를 수직으로 바꾼 나로호는 고도 7.4km 지점에서 마하 1(시속 약 1200km)의 속도로 음속을 돌파하며 위로 쭉쭉 올라갔다. 이륙 215초가 지난 오후 4시 3분 35초경 우주센터에는 상단(2단)에 실린 나로과학위성을 덮고 있던 페어링(보호덮개)이 두 개로 쪼개지며 무사히 분리됐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페어링은 2009년 8월 1차 발사의 발목을 잡았던 부분이다.

우주센터 내부 곳곳에서 안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발 이번만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는 직원도 눈에 띄었다.

이륙 232초 뒤 나로호 1단이 무사히 분리됐다. 발사 395초 뒤에는 2단 엔진(킥모터)이 점화되면서 나로과학위성을 목표지점까지 보내기 위해 힘을 보탰다.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발사통제동 안에는 조금씩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로과학위성이 2단 엔진과 제대로 분리되지 않더라도 목표 궤도나 위성의 수명이 달라질 뿐 위성이 궤도운동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1958년 미국의 첫 인공위성 ‘익스플로러 1호’도 4단 로켓의 껍데기에 인공위성이 달린 채 궤도를 돌았다.

오후 4시 9분경 나로과학위성이 2단에서 분리되면서 초속 10km가 넘는 빠른 속도로 목표궤도에 안착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우주센터는 환호로 가득했다. 나로호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나로호 비행정보를 점검하던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성공을 의심치 않았지만 막상 성공하고 보니 얼떨떨하고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흥=이재웅·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나로호#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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