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용철]21세기에도 일산화탄소 중독사고가 빈번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5일 03시 00분


이용철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사장
이용철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사장
“당신이 잠든 사이 일산화탄소(CO)가 스며들어 당신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먼 옛날의 얘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이 드신 분들은 1960, 70년대 연탄가스 중독을 기억할 것이고, ‘무슨 소리야’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구는 오늘날에도 유의하다. 바로 가스보일러 때문이다.

11월 말에도 아파트에서 배기구와 배기통 접속부의 벌어진 틈새로 유출된 폐가스가 실내에 유입돼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 이와 유사한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최근 5년간(2007∼2011) 사망 14명, 부상 79명 등 총 93명이 발생했다. 올해에도 사망 7명, 부상자 30명 등 37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이번 겨울에는 추위가 심상치 않으니 걱정이 앞선다. 가스안전공사와 도시가스회사 등에서 동절기 가스안전을 위한 점검을 강화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각 개인의 주의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아는 것이 힘이다.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안전 요령을 사전에 숙지하여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예방은 어렵지 않다.

먼저 가스보일러 배기통에 결함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히 날씨가 추워 보일러 가동을 늘려야 한다면 배기통이 빠져 있거나 꺾인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배기통 안의 이물질을 제거하여 일산화탄소의 실내 유입을 차단한다면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또 거주 지역의 도시가스 또는 LPG 공급자에게 연락하면 전문적이고 상세한 안전 점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가스보일러나 순간온수기가 환기가 잘되는 곳, 점검 및 수리가 용이한 곳에 설치되어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가스온수기 사고는 욕실 등 환기가 불량한 장소에서 주로 창문을 닫고 온수기를 사용하는 중에 산소 부족으로 발생하곤 한다. 빗물이나 바람을 막으려고 비닐 등으로 환기구를 막는 것도 위험하다. 환기가 충분히 될 수 있도록 환기구는 반드시 열어 두고, 창문을 수시로 열어 줘야 한다.

또한 가스보일러를 새로 설치하거나 교체할 때에는 당연히 자격을 갖춘 전문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작은 고장이라도 전문가에게 점검과 조치를 맡기는 것이 사고 예방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가스는 대표적 생활 연료다. 현재 국내 가구의 99%가 가스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환경친화성, 저렴한 가격, 사용의 편리성 등으로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러한 추세를 이어 갈 것이다. 가스산업의 인프라나 안전관리체계도 선진국 수준이며, 가스 제품 성능도 우수하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가스는 다른 어떤 연료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연말연시에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우리 주변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여러 공약이 세상을 뒤덮고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나 국민복지 근간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가스안전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찾아보기 어려워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물론 가스안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중요할 것이다. 많은 이가 생활 속 안전점검을 강화해 더는 가스보일러로 인한 일산화가스 중독 사고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이용철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사장
#일산화탄소 중독#가스보일러 배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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