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잠실점 육아 용품 판매대 앞. 중국인 주부 13명이 매장에 진열된 한국산 기저귀와 분유, 유아용 보디제품 패키지를 꼼꼼히 살폈다. 사진까지 찍으며 판매대 앞에서 한 동안 시간을 보낸 이들은 고른 제품들을 쇼핑카트에 가득 쓸어 담았다. 주부 지앙준 씨(31·베이징)는 “평소 육아 정보를 얻는 웹사이트에서 많이 추천하는 제품들을 골랐다”며 “아기용품은 가격보다는 품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입제품 중에서도 한국산을 주로 쓴다”고 말했다.
이 중국 주부들은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인 킴벌리클라크 차이나가 중국에서 연 한국 육아용품 매장 탐방 이벤트에 참가해 당첨된 이들이다. 업체 측은 “중국 중상층 주부들 사이에서 한국은 프리미엄 육아제품의 ‘메카’로 통하는 까닭에 이번 이벤트에 대한 호응이 컸다”고 설명했다.
○ “포장에 ‘한국산’ 크게 써놔야 잘 팔려”
킴벌리클라크 차이나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기저귀는 품질등급에 따라 제조 장소가 다르다. 일반 기저귀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고급형(프리미엄) 기저귀는 모두 한국 유한킴벌리가 대전 공장에서 만든다. 중국에서 ‘하오치’로 불리는 하기스 기저귀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 프리미엄 기저귀 시장에서 65% 안팎의 점유율로 9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제품 표면에 ‘한국산’을 크게 표기하는 것이 중국 중상층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 포인트가 될 정도로 한국산 제품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다른 수입 기저귀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제품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원 플러스 원(1+1)’ 행사를 하는 기간에도 하오치는 매출이 크게 줄지 않을 정도라고 유한킴벌리는 설명했다.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기저귀는 929억 원어치로 이 회사의 연간 기저귀 수출액 1644억 원의 56.5%에 이른다.
○ 분유업계도 중국 특수
국산 분유제품의 중국 수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에 이어 최근 ‘수은 분유’ 파동까지 불거지자 중국의 중상층 주부들이 대부분 수입 분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본산 분유의 인기가 높았지만 지난해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되면서 한국산 분유의 인기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금전명작’이라는 브랜드로 중국 프리미엄 분유 시장에 진출한 매일유업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앞서 3월 중국 바이어 178명을 초청해 분유생산 라인을 둘러보게 하고 식품안전시스템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중국 항주한양무역공사와 분유 150만 캔(약 600만 달러) 상당의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으로 이미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린 LG생활건강이 최근 액상분유 제품을 내놓으며 분유시장에 발을 디딘 것도 국내보다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포석이다.
○ 오리온 ‘예감’ 중국서 대박
중국 중상층 부모들의 한국 제품 사랑은 어린이 간식 시장에서도 뜨겁다. 식품 안전사고가 잦은 중국에서 한국 과자는 믿고 구입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굳혀 나가고 있다.
오리온의 감자스낵 ‘수위안(한국 제품명 예감)’은 최근 중국 제과시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제품 중 하나다. 수위안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700억 원어치가 팔렸으며 연말까지는 매출액이 1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판매액인 900억 원보다 무려 67%나 늘어난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의 젊은 주부들은 건강문제에 민감해 아이들에게 기름기가 적은 음식을 먹이려고 노력한다”며 “이 같은 분위기를 읽고 수위안은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강한 과자라는 마케팅 전략을 편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베이커리 업체 파리바게뜨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조리빵(고기, 소시지 등을 넣은 빵)과 기름에 튀긴 도넛을 앞세운 현지화 전략으로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넛 안에 부드러운 크림을 넣은 크림도넛과 중국 1호점인 상하이 구베이점을 열며 대표 메뉴로 내세웠던 링도넛은 하루에 1500∼2000개씩 팔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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