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전/충남/충북/4·11 총선 이후]표심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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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무기력증 선진당 ‘텃밭의 몰락’

《 이번 총선에서 충청과 강원은 새누리당에 표를 몰아줬다. 새누리당이 과반의 기적을 일으킨 데는 중부권의 선택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6개 선거구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3석씩 나눠 가졌다. 18대에서 5석을 차지했던 자유선진당(민주당 1석)은 ‘대안정당’으로 희망을 주는 데 실패해 몰락했다.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표 쏠림’은 없었다. 전국적으로 압승했던 18대 때 대전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던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이번에 3석을 차지했다. 대권후보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바람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강창희 당선자(중구)가 6선에 성공하면서 벌써부터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인 박성효 전 대전시장(대덕)이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대선과 중앙 정치무대에서 일정 역할이 기대된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내리 4선에 성공한 민주당 박병석 당선자(서갑)와 3선 이상민 당선자(유성)도 상임위원장 등 국회직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서는 “충청권에서는 어떤 정당도 무조건 보장받거나 일방적으로 내쳐지지 않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정서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 충남, 박근혜 바람에 선진당 ‘우수수’ ▼

충남 선거 결과는 ‘선진당의 텃밭 침몰’로 요약할 수 있다. 새누리당 대 민주당 대 선진당 의석은 18대 ‘1 대 1 대 8’에서 19대 ‘4 대 4 대 3’(세종시 추가)으로 바뀌었다. 선진당의 침몰은 계속되는 당내 갈등과 쇄신 및 비전 부재, 무기력한 현안 대처 등으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수권 능력 없는 지역당 지지를 사표(死票)로 여기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박근혜 바람이 충남 전역을 휩쓴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안 지사의 선거 캠프에 있던 4명이 출마해 2명이 당선됐다. 충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종민 후보가 안 지사 고향(논산)에서 선진당 이인제 의원에게 패배했다. 천안을 박완주 당선자는 천안이 야도(野都)로 변한 데 힘입어 지난번 보궐선거 때와 달리 ‘안희정 마케팅’에 덜 의존했는데도 당선됐다.

세종시 유권자들은 세종시 수정안 논란 과정에서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심대평 선진당 대표를 버린 대신 토박이 출신 시장과 교육감을 뽑아 자존심을 유지했다.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 교수는 “지역당 부활 여부는 유권자의 기대나 희망에 대한 양당의 부응 여부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
▼ 충북, 지역심판론이 정권심판론 눌러 ▼

전체 8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5석, 민주당이 3석을 차지하면서 17대 이후 계속되던 ‘여소야대’ 지형이 ‘여대야소’로 바뀌었다.

당초 새누리당은 최소 4석, 민주당은 최소 5석을 내다봤지만 결과는 달랐다. 18대 때는 민주 6석, 한나라 2석이었다.

지역에서는 새누리당의 ‘지역 심판론’이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을 누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7, 18대 선거에서 탄핵과 세종시 수정안, 과학벨트 백지화 같은 이슈로 덕을 봤던 민주당은 이번에도 ‘MB 정권 심판론’과 ‘암센터 분원 무산 정부 책임’ 등을 공격 포인트로 삼았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들고 나온 ‘지역 심판론’과 ‘현역의원 교체론(인물론)’이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8년 동안 한 게 뭐냐”는 새누리당의 문제 제기에 수긍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여기에다 도내 상당수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차지한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위원장의 접전지역 지원 유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의 영향력이 대선까지 이어질지가 관심거리다.
▼ 강원, 민주 자충수에 역풍 맞은 야풍 ▼

9개 선거구를 새누리당이 싹쓸이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강원도지사와 18개 시장 군수를 모두 석권했지만 18대까지 총선에서 한 당이 전 선거구를 독식한 적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는 여야 모두에 충격적이다. 선거 초기만 해도 2010년 지방선거 때 불기 시작한 ‘야풍(野風)’으로 민주당이 다소 우세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결과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의 승리 배경으로 세 차례나 강원도를 방문한 박근혜 효과를 꼽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의 근본적인 인물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공천 실패, 이광재 최문순 도정에 대한 실망 등 민주당의 총체적 문제점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서울발(發)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도 보수적 지역정서를 자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결과에 대해 ‘강원도의 보수 회귀’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진보 진영 인사는 “이번 선거 결과는 뼈아프지만 깊은 자성과 함께 진보의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쓰지만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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