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인중개사시험 정답 오류 집단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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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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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학개론 A형 9번 문제
응시자들 “無정답 처리해야”

지난해 10월 실시된 제22회 공인중개사시험의 문제를 둘러싸고 정답 논란이 일고 있다. 응시자 150여 명은 “부동산학개론 A형 9번 문제의 정답을 1번으로 발표한 것은 오류”라며 ‘정답 없음’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내겠다고 9일 밝혔다.

응시자들에 따르면 ‘시장상황별 추정 수익률의 예상치가 다음과 같은 부동산의 기대수익률과 분산은?’이라는 문제에 대해 공단은 ‘기대수익률 20%, 분산 0.6%’인 1번을 정답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분산값이 ‘0.6%’가 아닌 ‘60’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와 공인중개사 학원에 문의한 결과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엄길청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절댓값으로 계산하는 것에 익숙한 수험생들은 보기처럼 %로 표시하는 것에 혼란을 느꼈을 수 있다”고 봤다. 갤럽도 “공단의 주장도 통계학이나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재무회계 분야의 관행과 특성을 감안해 풀이과정을 분석했을 때 이 문제는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답변했다. 공단 측은 “행정심판을 청구하면 해명자료를 내놓겠다”고 답했다.

공인중개사시험 정답을 둘러싼 논란은 2000년부터 해마다 이어져 왔다. 복수정답 논란이 일면서 합격자를 발표하고 난 뒤 뒤늦게 출제 오류를 인정하고 추가로 합격자를 발표하는 일이 반복돼 온 것. 2000년 제11회 시험에서는 한 문제가 복수정답 처리됐고 2001년에도 합격자 발표가 난 뒤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으로 한 문제가 복수정답 처리돼 논란이 일었다. 2004년 실시된 제15회 시험에서는 총 5개 문제에 오류가 발생해 모두 복수정답이 인정됐고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재시험까지 치러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정답을 두고 행정소송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공인중개사시험을 매년 10만 명 가까이 치르는 데다 시험 자체가 전문 학문이라기보다는 수학과 경제학을 짜깁기한 문제가 많다 보니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 문제 차로도 수백 명의 당락이 엇갈리기 때문에 학원이나 응시자 모두 일단 모든 문제에 대해서 이의 제기를 하고 본다는 것.

서울의 한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목이 워낙 다양한 데다 응시자도 많다 보니 이의 제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단 관계자는 “전국 200여 개 학원들이 학원 홍보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밥 먹듯이 한다”고 하소연했다.

시험을 관리 감독하는 정부부처가 자주 바뀌는 탓에 시험관리행정에 전문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인중개사시험은 2001년 12회차까지는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다 2002년 제13회 시험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됐다. 15회부터 17회까지는 한국토지공사에서 담당하는 등 출제기관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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