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은 5일 인천 안방경기에서 삼성화재 가빈의 공격을 막기 위해 1세트 초반부터 거미줄 같은 블로킹 작전을 펼쳤다.
센터 이영택을 중심으로 앞쪽에 있는 3명이 가빈을 따라붙으며 스리블로킹을 시도한 것. 스리블로킹은 자칫하면 자기 진영 수비에 구멍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공격 방향이 노출되는 오픈 공격을 할 경우 스리블로킹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다. 작전은 맞아떨어졌다. 가빈의 스파이크는 번번이 블로커의 손에 맞고 대한항공의 공격으로 이어지거나(유효 블로킹), 삼성화재 코트로 떨어졌다(블로킹 득점). 가빈은 1세트에서 35.7%의 낮은 공격 성공률로 6점을 얻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은 이날 유효 블로킹에서 9-5, 블로킹 득점에서 13-3으로 삼성화재를 앞서며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평소 강점이던 서브 득점은 3개에 불과했지만 블로킹에서 크게 앞선 게 승리의 발판이 됐다. 전날까지 대한항공의 세트당 블로킹 득점은 2.6개였지만 이날은 4.3개였다. 신 감독은 “우리는 서브가 강하기 때문에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 그만큼 블로킹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고 말했다.
스파이크 공격은 배구의 묘미다. ‘빵’ 하는 굉음과 함께 공이 코트에 꽂힐 때 관중은 환호한다. 하지만 아무리 센 스파이크도 블로킹을 뚫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상대 주포의 공격을 막고 점수까지 얻어내는 블로킹 득점은 그래서 1점 이상의 효과가 있다.
국가대표 센터 출신인 김상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블로킹의 성공 요건으로 높이(키, 팔 길이, 점프력 등), 머리(두뇌), 복근, 손 모양을 꼽았다.
높이는 기본이다. 점프를 했을 때 최소한 팔꿈치가 네트 위로 올라가야 한다. 블로킹을 전담하는 센터의 경우 키가 200cm 정도는 돼야 한다. 점프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지만 워낙 점프를 자주 해야 하기에 점프력보다는 키가 우선이다.
적절한 위치와 점프 타이밍을 잡기 위해서는 머리도 좋아야 한다. 평소 치밀한 전력 분석을 통해 상대 선수들의 공격 패턴을 익히는 것도 필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복근도 필요하다. 공중에 떠 있을 때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복근의 힘이 두 팔에 제대로 전달됐을 때 비로소 상대 스파이크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을 상대 코트 바닥에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예쁜 손 모양’이 중요하다. 손 모양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높이 뛰어올라 상대가 때린 공을 막아 내더라도 아웃되기 일쑤다.
김 위원은 “블로킹을 제대로 하려면 상대 세터가 띄운 공이 긴지 짧은지, 네트 쪽에 붙었는지 떨어졌는지를 재빠르게 파악한 뒤 이동해 위치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점프를 하면서 상대 스파이커의 폼까지 봐야 한다. 스파이커 역시 블로커의 위치와 손 모양 등을 보면서 공을 때리는 각도 등을 조절한다. 짧은 순간 공중에서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는 셈”이라며 “현역 때 공격보다는 블로킹 득점이 훨씬 짜릿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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