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지현]韓日 ‘8·15 사이버大戰’ 국익에 도움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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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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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사회부
김지현 사회부
15일 오후 3시 ‘전쟁’이 시작된다. 매년 광복절이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한국과 일본 누리꾼 간의 사이버 대전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누리꾼들은 매년 광복절과 삼일절이면 이 같은 사이버 전쟁을 벌여왔다. 2001년 3월을 시작으로, 2004년 1월과 2005년 8월 등 독도와 동해 표기 문제 및 역사 교과서 왜곡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이 같은 사이버전은 반복돼 왔다.

일본에서는 한국 비방글이 많이 올라오기로 유명한 ‘2ch’(www.2ch.net) 사이트가, 국내에서는 ‘디시인사이드’와 ‘웃긴 대학’이 각각 공격을 주도했다. ‘참전’ 방법은 단순하다. 서로 양쪽의 주요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한 뒤 새로고침(F5) 키를 계속 누르는 식이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접속해 이같이 할 경우 해당 사이트 트래픽이 급증해 게시판이 일시 마비되거나 결국 사이트 자체가 다운되기 때문.

지난해 삼일절에 맞춰 벌어진 사이버 대전 때는 국내 누리꾼에게 공격을 당한 2ch의 서버가 마비되고 게시판 30여 개가 다운됐다. 이에 분노한 일본 누리꾼은 이에 맞서 반크와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공격했고 결국 2ch 서버를 관리하는 미국 업체가 FBI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는 일본 의원들의 입국 사건과 독도 문제, 이종격투기 임수정 선수 구타 사건 등을 놓고 한국 내 반일 감정이 고조된 터라 여느 해보다 치열한 사이버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은 전쟁에 앞서 참여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넷테러 대응연합’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는가 하면 홍보 영상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만들어 올리기도 했다. ‘(사이버 전쟁 승리로) 교과서에 한번 실려보자’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는 유명 사이트 곳곳에 배포돼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라인에서는 일본 누리꾼에 맞서 싸우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본의 망언이나 비신사적 외교 방식에 분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이버 전쟁이 과연 성숙한 대응인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광클’로 시작해 ‘광클’로 끝나는 이 같은 유치하고 소모적인 전쟁에 말려드는 것은 실질적인 한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의 유치한 감정싸움에 같은 방식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에서 아사다 마오를 이겼을 때,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일본을 돕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이 현지에서 자원봉사에 나섰을 때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성숙한 국민이 상대방을 이기는 방식이다.

김지현 사회부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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