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도 ‘산 사람’으로 둔갑하는 인터넷 세상! 아직도…

동아닷컴 입력 2011-07-01 11:04수정 2011-07-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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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만들어진 故 권용필 님의 흉상. 실명과 주민번호가 함께 게시되어 있다.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타인의 위해를 구제하고 세상을 떠난 ‘의사자(義死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도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의 관리 소홀이 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시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매일같이 찾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석촌호수. 호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산책로에는 의사자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동상들이 다수 건립되어 있는데 이 중 일부 의사자의 행적을 담은 한 조형물에 주민번호가 버젓이 함께 게시되어 있어 우려를 자아 내고 있다.

건립 당시인 1997년도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실생활과 밀접하게 접목되지 않던 시기이기 때문에 실명과 주민번호가 활용되는 범위는 상당히 협소하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시기.

그러나 시대가 변한 지금은 실명과 주민번호가 도용되어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며 타인의 정보를 불법으로 습득하려는 해킹시도나 불법 정보거래 행위가 국내외에 걸쳐 발생하여 스팸, 사기,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되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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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개인정보는 개인과 기업, 정부기관 모두에게 매우 주의 깊은 보안의식과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오가는 공원 조형물에 개인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니 누군가 이 정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미 도용되었음이 의심되는 정황 포착
주요 포털 사이트별로 확인한 결과 사망자 정보 임에도 여전히 실명인증이 가능했고 일부 사이트에서는 이미 도용이 이뤄진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이 발견됐다.
네이버에 2003년, 2006년에 만들어진 계정. 고인 사망(1997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도용발급이 의심된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이용한 본인확인을 해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고인의 주민번호만으로 이루어지는 실명인증은 정상적으로 되고 있다.
네이트에도 2개의 계정이 만들어져 있으나 의사자 본인이 만든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근거: 싸이월드 1999년 서비스 개시-고인 사망은 1997년 이전)
주요 포털사이트 3곳만 조회해도 이러니 게임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도용의심 계정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사망한 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계속 사용될 수 있었을까?

사망자의 경우 유가족이 병원에서 발급받은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실명인증기관에 제출해 실명정보 삭제를 요청해야 비로소 삭제되며, 요청이 없으면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실명인증기관들의 설명이다.

한 신용정보평가사의 관계자는 “본인이 아닌 제3자가 개인정보를 무단 삭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족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개인의 사망여부를 실명인증기관에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망자의 개인정보가 가족도 모르는 사이 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명인증기관에 직접 정보삭제 요청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출생과 사망정보가 자동으로 공유되면 그럴 필요가 없겠으나 현재는 국가행정망과 실명인증 시스템간에는 정보공유가 이루어 지지 않아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사망자의 개인정보는 유족이 삭제 신청을 따로 하지 않으면 인터넷상에 ‘산 사람’으로 남아 있게되는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인터넷 개인정보까지 확인할 겨를이 없어 신청 건수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또 있다. 석촌호수를 다녀간 이들이 자신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으로 이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을 막무가내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블로그와 미니홈피에 연차적으로 게시되고 있어 더욱 문제. 자신도 모르게 개인정보유출에 가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정보유출’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념목적으로 올리겠지만 한국인의 개인정보에 목마른 국내외 범죄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한편 송파구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다. 오래전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증서 내용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 같은데 확인 후 문제가 되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관계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로 사망자의 신고가 이루어지면 그 주민번호는 다시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객원기자 정진만 @dk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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