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아야 전략 세운다]<2>중국 외교 전문인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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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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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외교관은 광둥어까지 하는데, 한국정부는 ‘중국통’ 냉대

《지난해 8월 부임한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50)는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중국통이다. 그의 푸퉁화(普通話·표준어) 실력은 중국인을 뺨칠 정도다. 생후 7개월 된 중국 여아(女兒)를 자녀로 입양했을 정도로 그의 중국사랑은 각별하다. 광둥(廣東)인에겐 광둥어로 말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사려와 이해도 깊다. 중국의 지방 사람은 현지어로 말하면 더 친근감을 느낀다. 올해 6월 부임한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71) 주중 일본대사 역시 현지어에 능통한 중국통이다. 일본 종합무역상사 중 중국에서 최강인 이토추의 전 회장인 그는 유창한 중국어로 한시(漢詩)를 읊어 듣는 중국인마다 경탄케 한다. 영국과 프랑스 주중대사 역시 중국어가 유창한 데다 서너 차례씩 중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중국에서 대부분 멀리 떨어진 나라의 주중 대사 얘기다.
하지만 중국과 5000년 역사를 공유하고 바로 이웃국가라는 한국은 정반대다. 중국 근무경력이 있기는커녕 중국어도 구사할 줄 모른다. 우리의 대(對)중국 외교가 삐걱거리는 주요 원인은 아닐지라도 분명한 차이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 외교라인에 중국 아는 사람이 없다

보통 정부의 외교라인에서 중국전문가 또는 중국통이라고 하면 ‘현지근무 경험이 있고 중국어를 할 줄 알며 중국의 문화와 역사 등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현지 언어 구사능력은 필수적이다. 우리 외교의 중핵인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서 근무하는 외교관이 현지 언어를 모른다면 그 외교는 절름발이가 될 가능성이 많다.

물론 정식 협상이나 공식회의에서는 현지 언어에 능통하더라도 통역을 쓰는 게 낫다. 하지만 사석의 대화까지 해당국 언어로 소통하지 못할 정도로 현지 언어에 약하다면 ‘+α 외교’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 친분인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에서는 특히 그렇다. 문제는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이나 외교통상부의 정책결정 라인엔 이런 중국통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 문외한→‘거친(?) 외교’→상호 불신

전문가들은 이런 ‘문외한(門外漢) 외교’는 중국의 대외정책을 오해해 외교의 경직성 내지 편중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불쑥불쑥 튀어나온 한국 정부의 ‘거친(?) 대응’은 전문가 부재가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항의나 천안함 사건 때 류우익 주중 대사의 때 이른 중국의 태도 비난 등이 그 예라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를 이해할 줄 아는 전문가나 외교관이었다면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대처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의 발언도 편중된 대중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의 파트너인 중국의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북한과 비확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중국에서 가장 오만하고 무능한 인물”로 평가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외교협상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외교라인의 이런 대응이 반복되면서 상당수의 중국 외교 당국자가 한국 외교라인에는 중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거나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 당국자들이 한미관계의 특수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불만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런 상호 불신은 결정적인 순간에 설득 외교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치우치자는 게 아니라 균형 잡자는 것”

외교정책을 결정하고 수행하는 우리의 외교라인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천안함 사건이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때 대중국 외교를 담당해야 할 중국통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정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국 외교에서 한미동맹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가끔 지나치게 미국의 시각에 쏠리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중국 내부의 정치동력과 의사결정 과정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대중 외교의 정책 옵션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중국통의 의견보다는 세계정치의 지형에서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하지만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현안에 따라 맞춤형 처방을 조언해야 균형 잡힌 정책이 가능하다”며 “절대로 중국 쪽으로 기울라는 얘기는 아니며 현재 우리는 한쪽의 목소리만 너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 중국전문가 왜 없나…대처 방안은

이처럼 외교라인에 중국전문가가 부족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외교부의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가 ‘워싱턴스쿨(미국 근무 경험자)’이나 ‘저팬스쿨(일본 근무 경험자)’에 편중되고 중국을 담당하는 ‘차이나스쿨’ 출신은 자주 배제돼 온 관행 때문이다. ‘잘나가는 사람’은 중국통이 되고 싶어 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된 중국통은 외교부의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는 악순환이 계속돼 온 것이다.

또 대중국 외교를 담당하는 부서는 동북아시아국 소속의 중국과 하나에 8명인 데 반해 미국은 무려 4개과(팀 포함)에 20여 명으로 인력만 3배나 차이가 난다. 따라서 그나마 있는 중국통 인재풀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동안 축적된 대중 외교 역량이라도 서로 공유하고 활용할 시스템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 나아가 중국 관련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이 대중 외교 라인의 실무자들에게 조언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올해 천안함 사건이 터진 뒤 중국과 그렇게 갈등이 많았음에도 대표적인 중국통인 김하중 전 주중 대사에게 단 한 번도 자문 전화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전현직 중국통 관료나 학자 등 민간전문가의 축적된 경험과 조언을 집약해 대중외교 전략 자료집으로 펴내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 행사 유치하고 공무원 연수… 韓中 지자체 교류는 활발 ▼
지자체 175곳 자매결연 “대부분 이벤트성” 지적도

한중일 협력사무국 협정 서명 1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김성환 외교부 장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왼쪽부터)가 서로 손을 잡으며 3국 간의 협력 증진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 대한 각국의 국내 비준절차를 거쳐 내년 중 협력사무국이 공식 출범하게 되며, 사무소는 인천 송도에 개설될 예정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중일 협력사무국 협정 서명 1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협정 서명식에 참석한 무토 마사토시 주한 일본대사, 김성환 외교부 장관,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왼쪽부터)가 서로 손을 잡으며 3국 간의 협력 증진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협정에 대한 각국의 국내 비준절차를 거쳐 내년 중 협력사무국이 공식 출범하게 되며, 사무소는 인천 송도에 개설될 예정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현재 중국과 한국은 ‘도시외교의 시대’라 할 정도로 지방자치단체 간에 폭넓은 교류를 하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 인천시 제주도 등 광역단체뿐 아니라 서울 종로구, 부산 서구 등 기초단체까지 모두 175곳의 지자체가 중국 지자체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중국 지자체와 우호협력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지자체는 무려 255곳이나 된다.

톈진(天津) 시와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와 우호협력도시인 부산시는 최근 충칭(重慶) 시와도 우호협력도시 협정을 체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이 항만과 물류 중심지인 만큼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베이징(北京) 등에서도 우호협력도시 체결을 원하고 있다”며 “자매결연이나 우호협력도시 관계를 맺으면 각종 경제교류와 문화행사 유치의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심리적 친밀감이 생겨 중국과 교류할 때 이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04년부터 매년 톈진 충칭 다롄 등 중국 4개 도시와 서로 1년간 공무원을 파견 근무하게 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항만 물류도시라는 특성상 중국이 업무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파견근무를 다녀온 직원들이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업무능력도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등 도시와 중점교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중국 공무원에게 서울시 연수 기회를 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의 강점인 교통 디자인 환경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라며 “중국 공무원은 특히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야기되는 환경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도시 간 외교는 분명 난맥을 드러내고 있는 정부 간 외교와 달리 중국과 한층 가까워지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문화행사 유치나 상호 연수 등 초보단계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도 “연수를 통해 실질적인 도시 간 협력의 기회를 만들려고 했으나 아직까지는 인적 교류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통상부와 지자체 간,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에 교류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중구난방식의 교류도 우려된다. 연세대 한석희 교수는 “아직 지자체 간 교류가 대부분 행사성으로 서로 중복되고 성과의 축적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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