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전영록의 OST] 여자 축구영화와 1970년대 최고의 밴드 ‘블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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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15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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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축구영화 '그레이시 스토리'
● 1980년대 최고의 록밴드인 '블론디'의 '데보라 해리'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남아공 월드컵이 꿈결처럼 흘러갔다. 환희와 희열, 좌절과 슬픔이 교차했던 지구촌 최대의 축제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원정 16강'이란 성과로 끝을 맺었다.

조금 지난 얘기지만 필자에게도 조그만 성과는 있었다. 지난 6월26일, 우루과이전을 중국 상하이에서 동포들과 함께 관람한 것이다. 그러다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너무 오버해서 소리를 지른 게 화근이 되어 다음날 공연에서 자칫 큰 실수를 할 뻔했다.

7월2일에는 더 흥분할만한 사건이 생겼다. 국민적 영웅인 캡틴 박지성 선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박지성 선수와 가까운 인사의 초청을 받은 필자는 큰 아들 유빈과 함께 그가 묶고 있던 호텔에서 몇몇 한인들과 함께 조촐한 저녁식사를 갖게 되었다.

■ 중국에서 축구영웅 '박지성'을 만나는 영광을…

박지성과 가든파티에서.
박지성과 가든파티에서.
그의 인간됨에 대해서 두말하면 무엇 하랴. 그날 접한 박지성의 모습은 경기장에서의 영웅적인 면모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저 순하고 착한 외모에 부모님 말씀 잘 들을 법한 곧은 청년이었다. 흥분되는 경험이었다.

그런가하면 8월 초까지 열렸던 2010년 20세 이하 세계 여자 월드컵에서 우리의 낭자들이 3위를 하는 경사가 있었다. 우리 여자 축구 선수들에게도 커다란 영광이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그러면 이쯤에서 축구영화 한편을 소개할 때가 된 듯싶다. 작가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가슴 뜨거워지는 이야기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100년이 넘는 영화사에 축구영화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블록버스터의 원산지가 할리우드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축구란 미국에서 일종의 비인기 종목이었기 때문에 농구나 야구 혹은 미식축구 영화보다 훨씬 적게 제작됐던 것이다.

그러나 앞으론 좀 달라질 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보여준 미국팀의 저력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국 여자축구는 이미 오랜 기간 세계 정상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제는 이야깃거리가 생긴 것이다. 머지않아 할리우드에서도 축구를 다룬 작품들이 많이 나오리라 기대해 본다.

'그레이시 스토리'.
축구 영화 제목으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이름이 등장한다. 그렇다! 남자들의 승부 이야기가 아닌 미국 여자 축구의 부흥을 다룬 작품이다. 그레이시란 소녀의 축구 이야기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와 '할로우 맨'의 여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슈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006년 영화배우로 성공을 거둔 그녀가 직접 제작과 조연으로 나섰고 남편인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연출을 맡아 세상에 공개됐다.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축구 영화 '그레이시 스토리'

스포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실감나는 주인공을 선택하는 일이다. 제작자인 엘리자베스 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그녀와 꼭 닮은 여주인공으로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칼리 슈로더라는 신예 배우를 발탁하고, 중견배우인 더모트 멀로니를 그녀의 아버지이자 최고의 명코치로 캐스팅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미국 여자축구의 부흥기를 그린 그레이시 스토리.
미국 여자축구의 부흥기를 그린 그레이시 스토리.

배경은 1978년의 미국 뉴저지주다. 15살의 소녀 그레이시는 한 때 축구선수였던 아버지와 간호사 출신의 엄마(엘리자베스 슈), 고교 축구부 주장인 오빠 쟈니와 두 남동생들과 함께 축구가문의 외동딸로 성장한다. 가족 모두가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축구광들이다. 그레이시도 누구 못지않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을 갖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녀의 미래가 축구에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중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고 믿어주던 오빠 쟈니가 경기에 크게 패한 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가족의 기둥인 아들의 죽음으로 그레이시 가정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그녀는 오빠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자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소녀의 꿈을 외면하는 가족과 "여자이기에 안 된다"라는 사회적 편견의 벽에 가로막혀 시작조차 쉽지 않다. 그레이시가 이런 장애물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며 드디어 꿈의 그라운드를 밟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줄거리다.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슈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슈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스포츠 무비의 재미란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과 마지막의 클라이맥스 때문에 인기를 모으게 된다. 미국 같은 스포츠 선진국에서도 여성이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고난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렇게 그레이시 같은 용기 있는 여성들 덕분에 500만 미국 여성들이 축구를 즐기게 되었고, 미국 여성 축구팀은 세계대회를 네 번이나 재패하는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청소년 시절의 가족 이야기를 완성시킨 엘리자베스 슈는 "꿈을 못 이룬 오빠 윌리엄 슈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식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영화 제작의 배경을 설명한 적이 있다.

■ 스포츠 영화에 제격인 1970년산 록 음악들

이 영화에는 보석 같은 영화 음악이 전편에 포진해 있다. 특히 1970년대 최고의 록뮤직 베스트 곡들이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영화와 꼭 맞아 들어가는 미덕을 가진 영화이다.

영화의 도입부에 흘러나오는 곡은 1960년대 말 결성된 '제임스 갱(James Gang)'의 1970년 첫 작품이자 록의 대표곡인 'Funk #49'. 록 마니아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곳이다.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에는 영국출신의 4인조 하드록 그룹이자 'Love Hurts'의 주인공인 '나자레스(Nazareth)'의 경쾌한 록 음악인 'Born under the Wrong Sign'이, 또한 1970년대 중반 세기적인 선풍을 일으킨 디스코 뮤직을 등에 업고 최고의 디스코 록을 선보였던 '케이씨와 선샤인 밴드(K.C & the Sunshine Band)'의 1975년도 작품 'Get down Tonight'이 흐른다. 그리고 1970년대 초반 영국에서 결성된 글리터 록(Glitter Rock)의 전설적인 그룹 '스위트(Sweet)'의 힘이 넘치는 하드록 'Fox on the Run'이 수록되어 있다.

영화 메인 음악으로는 1970년대 중반 첫 앨범이 700만장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록 팬들을 매료시켰던 5인조 미국 그룹 '보스턴 (Boston)'의 1978년도 곡인 'Don't look Back'이, 그리고 영화의 절정 부근에는 국내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김아중'이 불렀던 '마리아'의 원조그룹인 '블론디 (Blondie)'가 자리하고 있다.
1980년대 대표적인 뉴웨이브 펑크그룹 블론디.
1980년대 대표적인 뉴웨이브 펑크그룹 블론디.

특히 블론디의 음악은 영화와 가장 절묘하게 들어맞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들은 1970년대 중반 미국서 결성된 6인조 혼성 록 그룹으로, 여성 보컬인 '데보라 해리(Beborah Harry)'는 1980년대에는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물이다. 당시 데보라 해리에게는 '1980년대의 섹스심벌', '1980년대 로큰롤의 모델', '카멜레온과 같은 다양한 카리스마의 주인공' 등등 다채로운 별명이 따라 붙었다.

이 영화에는 '블론디(Blondie)' 최고의 곡이라 칭송할 수 있는 'Heart or Glass'와 'Hanging on the Telephone' 이 두 곡이 전편에 흐르며 영화의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블론디'의 'One Way or another'란 곡과 'Call me'라는 곡을 자주 듣곤 한다. 대단히 경쾌한 리듬의 곡들로, 운전하거나 운동할 때 듣기 딱 좋다.

최근 케이블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외화 '스파르타쿠스'를 보면 검투사들의 격투 장면엔 꼭 힘이 넘치는 헤비메탈 곡이 나온다. 이렇게 힘이 넘치는 역동적인 음악들도 좋지만 '블론디'의 'Call me'라는 노래는 보다 아름다운 록 댄스곡이기 때문에 어느 스포츠 영화에나 잘 어울릴 것 같다. 8분짜리 긴 버전의 노래도 있기 때문에 스포츠 영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참고해볼만 하다.


더위를 날리는 데는 공포영화보다는 스포츠 영화가 제격이다. 게다가 1970년대 록 음악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뜨거운 여름, 축구에 열광중인 가수 전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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