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석동빈 기자의 ‘Driven’/KIA ‘K5’

동아일보 입력 2010-07-22 03:00수정 2010-07-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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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保革통합’ 너무 튀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절묘한 디자인

승차감-핸들링은 딱 쏘나타와 SM5의 중간
운전재미는 무덤덤… 열선운전대-통풍시트 눈길

《‘K5’는 기아자동차로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순수한 의미에서 처음으로 국내 중형차는 물론 전체 자동차판매 1위에 올랐다.
6월 한 달 동안 K5는 1만673대가 판매돼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선두를 차지했던 ‘쏘나타’(9957대)를 제쳤다.
지난달 단일 모델로 1만 대 이상 판매된 차종도 K5가 유일하다.
1997년 8월 ‘크레도스’가 1만1472대로 1위에 올랐지만 당시 기아차가 부도위기에 처하면서 파격적으로 30% 할인판매를 단행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
K5 2.4 GDI 모델을 통해 알아봤다.》
○ 디자인으로 일단 기선제압

중형차 빅3는 K5와 쏘나타, 그리고 르노삼성자동차 ‘SM5’다. 과거 이들 세 차종은 디자인은 달랐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무난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쏘나타를 시작으로 암묵적이었던 디자인 카르텔이 깨졌다. 놀라울 정도로 혁신적인 쏘나타의 디자인이 공개되자 일부는 열광했지만 일부는 물음표를 달았다. 너무 튄다는 것이다.

반대로 올해 1월 공개된 SM5는 과거처럼 보수적인 전통을 이어갔다. 쏘나타에 비해 한 세대 뒤처진 느낌이지만 의외로 국내 중형차 구매자들은 보수적인 성향도 강해서 월 6000∼7000대가 팔리면서 선전(善戰)하고 있다. 그런데 1년 안에 이들 빅3 신차가 쏟아진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진 상태고, 마지막 나올 K5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대기수요층도 많았다.

마침내 4월 발표된 K5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혁신과 진보의 절충안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피터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의 디자인 철학인 ‘직선의 단순화’가 정확하게 적용된 모델로,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고 세련된 모습이 유럽 고급차의 분위기와도 닮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너무 앞서간다는 부담감도 없고 그렇다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통합형이라고나 할까. 변화하고 싶은 욕망이 강렬하면서도 은근히 보수적인 한국 국민의 성향을 절묘하게 파고든 셈이다. 물론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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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에서 비슷비슷한 빅3 중형차의 경쟁에서 일단은 K5가 디자인으로 승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이 판매의 주역인 것이다. 하지만 쏘나타의 디자인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다 현대차가 강력한 마케팅에 나선 상황이어서 K5의 신차효과가 수그러들면 판매순위가 어떻게 바뀔지 쉽게 예측이 힘든 상황이다.

○ 평범하고 부드러운 동력성능

K5는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165마력 2.0L 엔진과 201마력 2.4L 직분사 엔진이 주축이다. 차체의 크기를 감안할 때 2.0L 엔진은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힘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다이내믹하게 운전하려고 시도하면 바로 출력에 갈증이 느껴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제로백’ 시간은 약 10초로 쏘나타와 거의 동일하다.

2.4L 직분사 엔진 모델은 제로백이 약 9초로 2.0L 모델보다 1초 정도가 빠르다. 하지만 최고출력이 201마력인데 비해서는 조금 밋밋해서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2.0L 보다 약간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 정도다. 스포티하게 운전할 때 2.0L는 부족하다면 2.4L는 덜 부족하다는 개념이지 힘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는 출력보다는 연료소비효율에 더 신경을 썼기 때문으로 보인다. 2.0L와 2.4L 자동변속기 모델의 연비는 L당 13km로 같다. 그런데 실제 시승하는 동안 2.4L 모델의 연비가 약간 더 높았다. 고속주행이나 탑승자를 많이 태우고 고갯길을 올라가는 가혹한 상황에서는 힘에 여유가 있는 2.4L가 연료를 덜 먹었다.

엔진음도 2.4L 모델이 더 조용하다. 베이스가 같은 엔진이지만 2.0L에는 소음과 진동을 줄여주는 ‘밸런스 샤프트 모듈’이 빠져서 그렇다.


○ 부드러운 승차감과 약간 느슨한 핸들링

운전대를 돌릴 때 차가 얼마나 신속하게 반응을 하느냐를 나타내는 핸들링 성능은 쏘나타> K5 > SM5의 순이다.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승차감은 그 반대다.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승차감과 핸들링에서도 K5는 중용을 취하고 있다.

쏘나타는 운전대를 조작함과 동시에 차체가 따라오려는 반응성이 높다. 차의 앞머리가 코너를 파고드는 듯한 느낌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 기아차의 준대형 모델인 ‘K7’이 상당히 스포티하게 나왔기 때문에 K5도 쏘나타보다 핸들링이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반대다. 커브길을 얼마나 빠르게 돌아나갈 수 있는지를 뜻하는 코너링은 세 차종이 비슷비슷했다.

결론을 내어보자면 쏘나타는 운전자 중심의 차라면 K5와 SM5는 가족 중심이다. 운전자 입장에서 쏘나타를 몰면 제법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K5는 안정감이나 편안함은 있지만 무덤덤하다. 그렇다고 두 차종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고 코카콜라냐 펩시콜라냐 정도로 보면 된다. 전체적인 소음차단 정도는 K5와 쏘나타가 비슷하고 SM5가 미세하게 앞선다.

○ 화려한 편의장치

K5에는 국내 최초로 적용된 ‘온열 스티어링 휠’은 운전대 내부에 열선이 아닌 전도성 발열물질(도료 타입)을 적용해 운전대를 보다 빨리 골고루 데워 추운 겨울 더욱 쾌적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동급 최초로 적용된 ‘송풍 타입 통풍시트’는 전동식 팬을 사용해 시트 안장과 등받이 부분에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 준다. 운전대 정렬 알림 기능도 들어있는데, 운전대가 90도 이상 돌아간 상태에서 시동을 걸게 되면, 약 3초간 계기반에 경고를 해줘 운전자가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경쟁차종보다 앞서는 부분인데 쏘나타도 곧바로 따라잡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는 차별성이 없어질 듯하다.

K5는 이 밖에도 전동식 허리 받침대는 물론, 운전석과 동승석 승객이 개별적으로 온도를 설정할 수 있는 듀얼 풀오토 에어컨과 후석 전용 송풍구를 적용해 안락함과 쾌적성을 향상시켰다. 도어트림과 센터페시아 트레이 등에 은은한 붉은색 조명을 적용하고, 도어 스커프에도 발광다이오든(LED) 조명을 넣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감성품질을 상당히 높였다. 하지만 이런 편의장치들은 모두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에 따라서 부담이 될 것 같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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