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내달부터 공백 우려… 경찰 시위정보 공개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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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집회 소음-체증, 주민이 대비하게

7월 야간집회 신고 벌써 61건… 경찰인력, 주간의 3배이상 필요
서민 민생치안 구멍 뚫릴 수도

경찰이 집회, 시위 정보를 시민들에게 사전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7월부터 야간 옥외집회가 전면 허용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0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공백사태를 피하기 위해 6월 30일까지 존속시켰다. 만일 국회가 6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자동으로 삭제되면서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할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 집시법 개정 사실상 어려워

집시법 개정안은 18일 국회 상임위 활동이 시작된 뒤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등을 거쳐 28,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야 간에 견해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현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규정돼 있는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조진형 의원 안)로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을 아예 삭제하되 주거지역, 학교, 국회의사당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밤 12시∼다음 날 오전 6시’로 제한하는 개정안(강기정 의원 안)을 내놓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완패하면서 민주당은 한나라당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직권상정해 국회 본회의에서 표 대결로 통과시킬 수도 있지만 지방선거 패배 원인이 ‘소통 부족’이란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이를 밀어붙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

국회 행안위의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개정안을 직권상정해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이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일부 주민 ‘장소 선점’ 차원서 접수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당장 다음 달 야간집회 신고는 급증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취재한 결과 6월 들어 서울 시내 경찰서에 접수된 7월 야간집회 신고 건수는 61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61건 가운데 일부는 집회 소음으로 인한 수면권 침해 우려나 근무환경 보호를 명목으로 주민들 또는 기업체가 ‘집회 장소 선점’ 차원에서 접수한 경우도 있다. 7월 야간 집회를 신고한 한 주민은 “지역의 평온을 위해 주택가 ‘집회 금지 캠페인’을 벌이려 집회 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집회 시위 정보 공개 등 각종 대안 마련에 나섰다. 경찰은 야간 집회가 전면 허용되면 야간 소음 등으로 일반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서민 민생치안에 구멍이 생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 불법 야간집회 1건당 경비에 나서는 경찰 중대 수는 7.3개(중대당 90여 명)로 주간의 2.3개 중대보다 3배 이상 많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인력이 야간집회에 투입되면 다음 날 근무능력이 떨어지거나 하루 쉬어야 한다. 그만큼 강도, 유괴 등에 대처하는 민생치안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구나 6·2지방선거로 야당인 민주당이 서울시의회를 장악해(106석 가운데 79석) 서울광장 사용 조례 개정도 8월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 측 시의원들은 8월 시의회에서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1조)에 ‘자유로운 집회결사를 보장하는 공간’을 포함하고 서울광장 사용 허가제(6조)를 신고제로 바꾸는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여름 이후 집회, 시위 문화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회가 6월 안에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입법공백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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