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꼴찌 도로공사 신만근 감독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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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9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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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은 열심히 했어요. 잘하고 있고…. 다, 제가 못난 탓이죠.”

18일 GS칼텍스에 여자 프로배구 최다 연승(14연승) 기록을 만들어준 도로공사 신만근 감독은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 공허한 표정으로 장충체육관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깊은 한숨에선 답답한 심경이 그대로 묻어났다.

도로공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현재 전력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2%가 부족했을 뿐. GS칼텍스가 주전 여럿을 뺀 1.5군을 투입했음에도 도로공사는 2세트만 따내고, 그대로 무너졌다. 작은 범실의 차이였다. 블로킹 성공도, 서브 득점까지 엇비슷했으나 범실이 21개로 GS칼텍스의 17개보다 많았다.

하지만 신 감독은 희망을 내다봤다.

자신들이 내준 1, 3세트. 이미 패배가 유력한 상황 속에서 도로공사는 막판까지 추격을 했고, 점수 폭을 좁히는데 성공했다. 약간의 전력 보강만 이뤄진다면 보다 재미있는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장면이었다.

그래서일까. 잔뜩 풀이 죽은 선수들에 돌아온 것은 언제나 그랬듯, 감독의 질책이 아닌 칭찬이었다. “여러 분, 너무 잘했어. 결과만 나빴네. 자, 힘내라고. 모두들 고개 들어!”

패배에 익숙해진 선수들에게 칭찬을 한다? 속없는 사람이라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신 감독의 신념을 잃지 않는다. 물론, 그도 질책하고 짜증내고 소리를 지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칭찬’과 ‘격려’가 상대적으로 나이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패배를 선수 탓으로 돌리는 그런 무책임한 지도자는 아니다.

“제가 먼저 발전해야 우리 애들도 크게 키울 수 있죠.”

실업팀 전환과 프로 잔류의 갈림길. 신 감독은 홀로 감당하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격랑을 헤쳐 나가고 있다. 설사 프로에 남더라도 더 이상 용병 영입은 하지 않겠다는 구단의 방침도 정해졌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량 좋은 신예 몇몇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 밖에 방법이 없다.

“잘 되겠죠.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제게도 꼭 한 번쯤 좋은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장충체육관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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