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한국 자본시장에 ‘기업인수회사’ 상장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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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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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액 투자자들 접근 쉽고 원금 손해 볼 가능성 낮다
[2] 우회상장 대상 기업, 숨겨진 채무 고민할 필요 없다
[3] 별도 수수료 내지 않아 ‘대리인 비용’ 줄일 수 있다
[4] 회계분식 상당부분 해소… 금융감독당국 관리 쉽다

지난해 12월 15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도입을 허용하는 법안 및 규정이 통과됨에 따라 한국에서도 SPAC의 설립이 가능해졌다. SPAC는 소액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우발채무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기존 우회상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DBR 그래픽
지난해 12월 15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도입을 허용하는 법안 및 규정이 통과됨에 따라 한국에서도 SPAC의 설립이 가능해졌다. SPAC는 소액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고, 우발채무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기존 우회상장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DBR 그래픽

2009년 7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비상장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의 지분 100%를 미국 아메리카증권거래소(AMEX) 상장사인 TGY(Tremisis Energy Acquisition Corporation)에 매각해 총 6300만 달러를 조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9년 12월 1일, TGY는 갑자기 아시아나IDT의 지분 인수 계획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인가를 받지 못했다는 다소 이상한 이유 때문이다. TGY는 지난해 12월 6일 청산에 돌입했고 AMEX 시장에서 사라졌다. 아시아나IDT를 인수하려고 했던 TGY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다. 페이퍼 컴퍼니인 기업인수목적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펀드와 유사한 형태다. SPAC는 우선 ‘이런 특성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겠다’며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모은다. 이후 SPAC의 경영진이 인수 대상 회사를 물색해 합병한다.

SPAC를 통한 상장은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첫째, SPAC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취득이 가능하다. 따라서 누구라도 투자자가 될 수 있다. 또 인수합병(M&A)이 이뤄지기 전까지 주주가 투자한 현금의 대부분은 신탁계정에 보관된다. 정해진 기간에 M&A가 성사되지 않으면 SPAC는 자동청산과정을 밟고, 원금과 이자를 주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주주들이 원금을 손해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둘째, 우회상장 대상 기업의 입장에서는 숨겨진 우발채무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회상장은 대부분 경영상태가 불안한 상장기업을 인수해서 합병하는 형태다. 이때 합병 후 상장 회사의 우발채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SPAC는 현금이나 부채 자산이 없고, 자본금만 가진 단순하고 투명한 회사다.

셋째,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줄일 수 있다. 보통 우회상장을 할 때 중개기관인 증권회사가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SPAC는 경영진이 인수 대상 회사를 물색하고 합병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SPAC의 경영진도 주주의 일원이기 때문에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을 때가 많다. 설사 수수료를 받아도 소액에 그친다.

넷째,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관리가 쉽다. SPAC를 통한 상장이 100% 완벽한 건 아니지만 우회상장 때 종종 발생하는 회계분식이나 우발채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정부가 SPAC의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이유다.

정부는 2009년 12월 15일 SPAC 도입을 허용하는 법안 및 규정을 통과시켰다. 한국에도 SPAC의 시대가 온 셈이다. 이 법안 및 규정에 따르면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신탁계정에 예치하고, 공모 후 3년 이내에 합병 방식으로만 M&A를 할 수 있다. 3년 이내에 합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치된 자금을 공모 주주들에게 반환해야 한다. SPAC 임원진과 비상장 회사 간 부당거래를 막기 위해 SPAC의 상장 전 M&A 대상 회사를 사전에 내정해 두는 일도 금지했다. M&A 대상 회사도 경영진과 관련이 있는 회사는 배제해야 한다. 정부는 SPAC의 공모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법으로 규정했다. 이런 안전장치를 기반으로 SPAC가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 교수 acchoi@snu.ac.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49호(2010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 Harvard Business Review/ Breakthrough Ideas fo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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