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해외파 별들이 만든 ‘사랑의 묘약’은 어떤 맛?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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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이 26일부터 공연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는 30대 한국인 성악가들이 꾸미는 무대다. 왼쪽부터 조정기 심인성 임선혜 강형규 정호윤 씨.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이 26일부터 공연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유럽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는 30대 한국인 성악가들이 꾸미는 무대다. 왼쪽부터 조정기 심인성 임선혜 강형규 정호윤 씨. 사진 제공 국립오페라단
■ 도니체티 오페라 서울 예술의 전당서 26~30일 공연

주역 맡은 5명 유럽서 활동 “극에 맞는 최상의 배역 엄선”

유럽 하늘에 뜬 한국의 ‘별’들이 서울에 모였다. 국립오페라단이 26∼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주역 가수들이다. 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을 달궈온 30대 한국인 성악가 다섯 명이 팀을 이뤘다. 21일 연습을 앞두고 이들이 예술의 전당 앞 레스토랑에 모였다. 극 중의 ‘묘약’(실제 정체는 와인)도 한 모금씩 투약한 다섯 사람은 깔깔거리며 격의 없이 어울렸다.

―평소 잘 아는 사이처럼 보입니다.

정호윤: 저와 인성 형은 빈 국립오페라 극장 소속이니까 항상 만나고, 형규 형도 빈에 살아요. 저와 정기, 선혜 누나는 서울대 선후배고요. 그 밖에도 자주 서로 마주치게 돼요.

―네모리노 역은 더블캐스팅입니다. 정호윤 씨는 다소 무거운 역할도 소화하는 반면 조정기 씨는 다소 가벼운 ‘레제로’ 테너로 알고 있는데….

조정기: 전 로시니 오페라처럼 가벼운 목소리의 배역 위주죠. 더 가벼워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 저는 푸치니 ‘보엠’의 로돌포 역처럼 리릭(서정적인) 테너 영역까지 오가죠. 그런데 ‘사랑의 묘약’은 19세기 ‘벨칸토’ 오페라의 진수예요. 테너로서 기본기가 미흡하면 소화할 수 없는 배역입니다. 외국 진출 이후 처음 서는 고국 무대인데, 스케줄 때문에 고민했지만 작품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서로의 노래를 평한다면….

조: 호윤 형의 노래는 특히 유연함에서 탁월하죠. 전 뻣뻣한 네모리노예요.

정: 천만에. 정기가 노래하는 건 대학 졸업 이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발랄하면서 ‘한 방’이 있어요.

―임선혜 씨는 특히 바로크 음악 분야의 음반 팬이 많은데, 이번 같은 낭만주의 오페라에선 발성이 달라지나요.

임선혜: 발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낭만주의 오페라에선 대신 프레이징(분절법)이 길어지죠. 바로크 음악은 비브라토(떨림)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전혀 안 쓸 순 없어요. 음색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수단이니까요.

―이 작품의 모든 배역이 미묘합니다. 남녀 주연을 제외해도 둘카마라는 사기꾼이지만 밉지 않고, 벨코레도 네모리노의 ‘적’이지만 악당이 아닌데….

심인성: 저는 미운 사기꾼을 표현하려고 하는 걸요. 빈에서는 심각한 둘카마라를 연기해 왔는데, 결국은 줄거리가 화해모드로 연결되니까 문제가 없죠.

정: 그렇게 얘기하면 재미없게 들려.(웃음) 둘카마라 역은 고음이 많아서 베이스가 소화하기 힘든 역인데, 빈에서 인성 형은 고음과 저음을 다 잘 내서 소문이 자자해요.

강형규: 저는 처음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으로부터 벨코레 역을 제안받았을 때 ‘못한다’고 했어요. 다른 배역들이 강한 캐릭터라서 묻혀버리기 쉽거든요. 그런데 이 단장이 “어떤 벨코레를 원하느냐.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들어 보니 마음에 들었어요. 한마디로 로맨틱 가이죠. 힘이 있지만 애교도 부리는 군인이에요.

심: 그러고 보니 주요 배역이 해외 활동파로만 짜인 건 처음인 것 같네. 외국인도 안 부르고.

(옆에서 얘기를 듣기만 하던 이 단장이 화들짝 놀라며 ‘최상의 배역을 고른 거고, 국내파를 배제하려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연출도 맡는 그는 ‘점프와 텀블링 같은 동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전차와 항아리 등 오브제도 활용해 눈길 붙드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26, 29, 30일 오후 7시 반, 27일 오후 4시. 1만∼10만 원. 02-586-5282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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