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성규]경제영토 넓힐 ‘녹색교통’ 초고속열차

  • 입력 2009년 9월 1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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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웨이브는 농업혁명(제1의 물결)과 산업혁명(제2의 물결), 정보통신혁명(제3의 물결)과 바이오혁명(제4의 물결)에 이은 ‘제5의 물결’로 불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향후 세계질서의 패권은 석유가 아니라 녹색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거머쥐게 된다는 점을 이처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녹색 물결이 일렁이는 가운데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룬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는 중이다. 운송수단 중에서는 철도 자전거 하이브리드카가 이른바 ‘그린교통’으로 불리며 녹색 물결을 주도한다. 이 중에서 철도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장점 외에도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동북아 중심시대에 국가 비전을 실현하는 첩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환경과 에너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철도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승용차의 12%, 화물차의 8%밖에 되지 않는 반면 에너지 효율은 각각 8배, 14배 높다. 철도수송을 1%만 늘려도 연간 6000억 원에 해당하는 에너지 및 환경비용을 줄일 수 있고 8000억 원 정도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철도의 추진 동력원은 거의 전기로 바뀌는 중이다. 지금까지 주요 에너지원이던 석유는 2012년을 전후하여 생산량이 정점에 도달한 뒤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액체연료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항공기와 선박 등 석유 중심의 물류수송체계가 전기 중심으로 재편되고 철도는 이런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선진국은 이에 따라 철도 투자액을 과감하게 늘려 가며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교통투자액 1300억 유로(약 235조 원)의 85% 이상을 철도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도로 중심 체계에서 친환경수단인 철도 중심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취지이다. 가까운 일본도 10%대인 철도의 화물수송 분담률을 5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철도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동북아 중심시대에 대한민국의 국가 비전을 실현할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가 세계 경제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반도는 이 두 국가 사이에 위치해 있고, 북으로는 자원부국인 러시아를, 동남쪽으로는 자원의 보고인 태평양을 마주한다. 천혜의 지정학적인 조건을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우리는 동북아에서 으뜸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광역권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함은 물론 주요 열강을 불러들여 우리 국토를 그들의 무한한 경쟁의 장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항공기에 버금가는 속도, 예를 들어 시속 700∼800km의 속도로 달리는 초고속 튜브열차 개발이 가능하다면 동북아 지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 주는 철도망 구축이 가능하며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 미래비전을 실현시켜 주는 든든한 발판이 된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하나로 연결하고, 땅은 좁지만 마음은 넓은 나라를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광대한 경제영토를 확보하는 비전을 실현시킬 수단은 철도이다.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KTX를 통해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머지않아 세계를 1일 생활권으로 만들려고 준비한다. 열차표 한 장으로 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모습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정한 자연을 지키면서도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철도기술에 달려 있다. 18일 맞이하는 국내 철도 탄생 110주년은 그래서 의미가 더 크다.

최성규 한국철도 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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