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철]아프리카에 뭘 줄 것인가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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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보고인 아프리카는 서구 열강의 식민지 지배를 거쳐 1950, 60년대에 대부분 독립했지만 그동안 거의 버려진 상태로 세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원조의 대상으로만 남아 있었다. 팽창하는 세계 경제가 희귀 자원을 포함한 많은 광물자원을 필요로 하고, 아프리카 대륙이 모든 자원을 풍부히 갖고 있음이 밝혀지자 다시 한 번 열강의 관심이 아프리카로 쏠리고 있다.

과거 혹독한 식민 통치의 기억이 생생한 데다 여러 조건을 달고 접근하는 옛 주인이 아프리카에 달가울 리 없다. 반면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이익과 내정 불간섭을 앞세우고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들고 오는 중국이 대환영을 받는 모습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몇 십억 달러 규모의 기간시설 건설과 자원 관련 이권을 연계한 사업을 벌임으로써 중국은 자신이 세계 최강의 경제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공급을 보장 받으려고 애를 쓴다.

중국의 노력이 온전히 순탄치만은 않다. 비록 지도층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공사에 필요한 인력을 중국 본토에서 직접 데려와 현지 고용 창출을 저해하고, 또 중국산 저가 제품을 들여와 아프리카 시장을 교란해 현지의 생산활동이 활성화되는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니, 일반인의 눈길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이런 국민 감정을 언제까지나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우리 정부도 대(對)아프리카 외교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볼 방법과 전략은 무엇일까? 서구 열강이나 중국에 뒤이어 진출하는 우리가 한때 이들이 추구했듯이 일방적인 이익을 염두에 둔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접근은 이미 많은 나라와 다국적 기업이 했다. 지금 와서 우리가 반복한다면 그야말로 공허하고 때늦은 노력일 뿐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모든 일을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국가적 차원의 사회간접자본(SOC)이 물론 아쉽지만 이에 못지않게 일반 국민의 고통을 당장 덜어줄 보건소, 상하수도, 직업훈련소와 학교, 농촌 개발 분야의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배려하려는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이 중요하다. 정부로서도 이들이 우리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금, 가용한 원조자금을 풀고, 진출 희망 기업에 주도적이고 과감한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아프리카의 진정한 친구가 되겠다는 인식을 현지 정부와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 경쟁국이 쓰는 금액의 10분의 1을 사용하고도 더 큰 효과를 볼 유일한 방법이고, 뜨거운 가슴과 정성이 담긴 인간적인 접근 방법이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농촌 인프라를 지원해서 이들이 자립하도록 돕자는 제안을 한 것은 더없이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와 요구 사항은 언제나 한결같다. “한국은 우리처럼 식민지 통치도 경험했고, 1950년대 전쟁 직후 우리와 같이 가난한 나라였는데, 50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단기간에 경제성장을 이루고, 모든 산업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보유하며, 축적된 경제발전 노하우를 가진 한국이 이제 아프리카의 발전을 이끌어줄 수는 없는가?” 아프리카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고만 하지 말고, 한국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할 시점이다.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호호혜의 정신이 중요하다.

김성철 주콩고민주공화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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