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100만달러 지폐’로 사기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3일 중국에서 반입한 외국 채권을 처분하는 데 경비를 대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17억 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단을 적발한 뒤 이들이 사용한 100만 달러와 100만 유로 모조지폐를 공개했다. 사기단은 이 모조지폐가 “국가 간 채무변제 때 쓰는 것”이라며 사람들을 속였다. 연합뉴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3일 중국에서 반입한 외국 채권을 처분하는 데 경비를 대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17억 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단을 적발한 뒤 이들이 사용한 100만 달러와 100만 유로 모조지폐를 공개했다. 사기단은 이 모조지폐가 “국가 간 채무변제 때 쓰는 것”이라며 사람들을 속였다. 연합뉴스
“中국민당 비밀자금 현금화”
모조품 내세워 17억 가로채

100만 유로짜리 모조 지폐와 3600억 유로짜리 위조 채권 등 총 3400조 원 규모의 가짜 화폐 및 채권을 처분하는 데 투자하라고 유도해 거액을 가로챈 사기단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가짜 화폐 및 채권을 내세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조모 씨(42) 등 3명으로부터 17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김모 씨(62·여)와 한모 씨(60)를 구속하고 백모 씨(53)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2007년 8월 자영업자인 조 씨 등을 만나 “중국 국민당의 비밀 조직인 매화당이 관리해 온 달러·유로화 지폐와 채권을 전문 처분 기관에 맡겨 현금화할 계획인데, 처분 경비를 투자하면 15배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100만 유로 및 100만 달러 지폐, 3600억 유로 채권 등 거액의 지폐와 채권에 대해서는 “국가 간 채무변제나 차관 도입 때 쓰는 것”이라고 둘러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매화당이 중국 모처에 금괴 등 보물을 숨기고 있다”며 지하 동굴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과 ‘기밀건(機密件)’이라는 제목의 가짜 보물지도를 피해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보여준 지폐, 채권, 동영상, 지도 등은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진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00만 달러와 100만 유로 지폐는 존재하지도 않는 모조품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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