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경준]자영업자도 고용보험 가입을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지난달 고용동향 통계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자영업자의 급감이다. 자영업자의 비중 감소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발생한 현상이므로 그리 놀라운 사실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1년 사이에 무려 30만 명 이상이 감소했다는 점과 고용인이 없는 영세자영업자에게 집중됐다는 점이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한쪽에선 경기가 회복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내수침체의 골이 매우 깊게 느껴지는 단면을 보게 한다.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고용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서민이 느끼는 경제회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종사자로 구성되는 비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유난히 높다. 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아주 낮다는 말이다. 2006년 OECD 국가의 비임금 근로자는 전체 취업자의 16%이지만 우리나라는 33%로 두 배 정도로 높다. 한편 자영업자의 대다수가 취업한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의 지속적인 감소는 서비스업의 구조조정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감소 추세에 있던 자영업자의 비중이 외환위기 직후 몇 년간 약간 증가했는데 이는 위기극복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창업을 독려했던 당시 실업대책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서 자영업자의 지속적인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문제는 무엇일까? 임금 근로자가 되는 자연스러운 이직으로 연결되지 않고 실업자나 저임금 근로자로 전락해 사회문제를 야기한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때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늘어난 뒤 신용대란이 벌어지고 2004년 11월경에는 3만 명 정도의 식당 주인이 국회 앞에 솥뚜껑을 들고 몰려나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벌인 ‘솥뚜껑 시위’를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최근 10여 년간 국내 중산층의 비중은 68.5%에서 56.4%로 무려 12%포인트 정도 감소하고 상대적 빈곤층은 11%에서 19%로 증가했는데 여기에는 자영업자의 몰락이 매우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퇴출된 영세 자영업자가 전업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가입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사회안전망은 기업복지의 일환으로 시작돼 임금 근로자 위주로 구성됐다. 취업알선과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고용보험에 자영업자는 애초에는 가입 대상자가 아니었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는 빈곤 감소를 통한 중산층의 복원을 추구하는 휴먼뉴딜로 대표된다. 이런 휴먼뉴딜의 한 축은 비어 있는 사회안전망 해소를 통해 중산층의 몰락을 막고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도록 도와주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나 사회안전망이 방만하게 구성되면 오히려 근로의욕을 감퇴시키고 복지지출의 누수를 가져오는 비효율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따라서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기본은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해 임금 근로자로 순조롭게 이행하도록 직업훈련과 고용알선을 도와주는 ‘고용창출형 사회안전망’으로 시작해야 한다.

한편 자영업자의 경우 휴폐업의 판정이 곤란한 측면이 있고, 영세자영업자가 아닌 부유한 자영업자는 고용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고용보험은 임의 가입을 허용하도록 하되, 임금 근로자와는 다른 별도의 자영업자 실업급여 계정을 신설해 운영하도록 처음에 설계해야 한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성과평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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