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른 분야도 기업만큼만 한다면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3월 말 시가총액 기준 ‘2009 글로벌 500대 기업’을 발표했다. 한국 기업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5개 기업이 포함됐고, 이 중 4개는 순위가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51위로 지난해보다 7계단 높아졌다. 포스코는 198위에서 193위로, 한국전력은 493위에서 424위로 뛰어올랐다. SK텔레콤과 현대중공업도 500위권에 들어갔다.

코스피는 올 1분기에 7.27%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주가 상승률 1위였다. 한국과 포르투갈(0.4% 상승)을 제외한 28개국은 주가가 떨어졌다. 아이슬란드는 38%나 급락했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영국도 10% 넘게 하락했다. 주가가 기업의 모든 가치를 반영하진 못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선전(善戰)하고 있다.

영국 언론인 2명이 함께 쓴 책 ‘기업의 역사’에는 “오늘날 한 국가에서 경쟁력을 갖춘 사기업의 수는 군함의 수보다 국력을 가늠하는 잣대로서 보편타당성이 훨씬 크다. 이 기준은 정치적 자유를 측정하는 척도로서도 나쁠 것이 없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건실한 기업이 많을수록 국민 소득과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난다. ‘미국의 자존심’이던 GM의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미국 사회의 충격은 우리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이다.

경제에서 국경의 개념이 약해지면서 기업은 효율성이 높은 곳으로 생산 거점을 퍼뜩 옮긴다. 인건비와 땅값이 높고, 기업 규제가 많고 노동운동이 과격한 나라일수록 불리하다. 현대자동차의 전체 생산차량 중 국내생산 물량은 2003년 92.1%에서 지난해 60.3%로 낮아진 반면, 해외생산 비중은 7.9%에서 39.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법인 비중은 32%에서 44%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판매에서 해외생산 비중은 15.3%에서 65.2%로 상승했다.

근로자 정부 국민이 뜻을 합쳐 기업을 붙들지 않으면 소득과 일자리, 세금이 다른 나라로 간다. 기업과 기업인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개선이 기업의 해외 탈출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이 낙후돼 있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 ‘전교조식 낡은 이념’이 망친 하향 평둔화(平鈍化) 교육, 노사를 공멸로 몰아가는 전투적 노동운동, 기득권 집단의 논리에 매몰돼 신(新)산업 창출을 가로막는 의료와 미디어 분야가 선진한국의 대표적 장애물이다. 경쟁과 혁신을 통해 이런 분야의 경쟁력을 기업만큼 끌어올린다면 한국의 전체 위상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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