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國民葬엄수되도록 각계 협조를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1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가 7일간의 국민장으로 결정됐다. 정부가 유족 측에 국민장을 제의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민화합의 계기로 승화시키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초 가족장을 원했던 유족과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이를 받아들인 것도 그런 취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이건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이건 이런 뜻을 헤아려 국민장이 무사히 엄수(嚴修)되도록 하고, 이것이 국가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서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는 것이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의일 뿐만 아니라 성숙한 국민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빈소 주변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보이는 과격한 행동은 자제돼야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조문하려다 이들에 의해 가로막혔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조문은커녕 물벼락이나 계란세례를 받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헛걸음을 했고,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마저도 첫날 조문을 저지당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보낸 조화도 짓밟혔다. 문명국가, 성숙된 사회, 선진화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조문객을 축객(逐客)하고 조화에 발길질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고인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부 누리꾼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추모게시판 등을 이용해 ‘정치적 타살’이니, ‘제2의 촛불’이니 운운하면서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도 옳지 않다. 지각 있는 국민이라면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사회혼란 조성의 기회로 삼으려는 불순한 의도에 공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개탄할 것이다. 일부 세력이 각계의 조의(弔意)를 왜곡해 또다시 편을 가르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려 한다면 다수 국민의 분노를 자아낼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듯이, 진정 고인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흥분하기보다 차분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 분열을 조장해서도 안 되고, 일부 사회세력이 이를 부추겨서도 안 된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한 나라의 국민 수준은 그 나라의 정치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남을 탓하지 말고 서로 자기를 돌아보면서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계기로 만들어가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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