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시한폭탄 감춘 美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소비지표가 반등하는 등 글로벌 경기의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1∼3월) 6%(연율 기준)나 하락하고,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았는데도 다우지수가 8,500 선을 회복하는 등 글로벌 자본시장엔 강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자본시장의 기대감은 곳곳에 널려 있는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만 민감한 유동성 장세에서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본시장의 들썩거림은 과연 문제가 없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유동성에 대한 자본시장의 기대는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각국 정부가 쏟아 붓는 유동성의 규모와 속도가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이 추세는 각국의 재정 보따리가 주춤해지는 순간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문제는 무엇일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그동안 풀려나간 유동성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회수할 수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유동성 공급에 가려 있던 금융기관의 부실문제가 그동안 얼마나 해결되었느냐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부실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심각한 위험이다.

미국의 금융기관, 특히 상업은행들은 구조화투자회사(SIV)를 세워놓고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투자은행은 차입을 통해 대대적인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상업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 등 자본건전성에 대한 제한 때문에 무리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익에 안달이 난 상업은행들은 일종의 특수목적회사를 자회사 형태로 만들고 그 자회사는 무한대의 차입금을 빌려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이다.

SIV는 차입금에 대해서는 모회사인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거나 심지어 모회사로부터 막대한 투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극단적으로 높은 레버리지를 구사했다. SIV는 잘나갈 때는 복덩어리였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문제가 심각해졌다. 특히 부채담보부채권(CDO) 등 파생금융상품이 부실화되며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입었고 그 손실은 당연히 모회사인 상업은행이 지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은행 결산에는 SIV의 손실이 장부에 표시되지 않는다. 이 손실은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는 ‘부외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상업은행들은 막대한 추가손실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적이 호전된 것처럼 장부상 위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SIV의 손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시한폭탄처럼 잠복해 있다.

이 상황에서 해법은 하나다, 마치 한국의 키코(KIKO) 문제에 대한 해법처럼 엄청난 유동성이 공급되는 동안에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호전되어 SIV의 부실자산이 건강한 자산으로 탈바꿈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의 주식시장은 그렇게 될 것이라 믿고 있는 듯하다.

박 경 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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