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이스피싱, 국가사회적 대책 시급하다

  • 입력 2009년 5월 12일 02시 58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추세다. 초기에는 자녀가 납치된 것처럼 꾸며 돈을 뜯어내는 수법에서 이젠 법원 경찰서 국세청 우체국 등 관공서를 사칭하거나 조작된 번호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해 금품을 사취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이나 기억력과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가 주된 피해 대상으로,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할 악질 범죄다.

국민 중에 국내외에서 걸려오는 이런 전화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2006년 6월 보이스피싱이란 신종 범죄가 처음 확인된 이래 올 3월까지 모두 1만6030건의 피해 사례가 드러났고 피해액은 1621억 원에 이른다. 법원장이 보이스피싱에 속아 거액을 송금한 사례에서 보듯이 학력이 높은 전문 직업인도 아차 하면 당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에 속아 어렵게 모은 등록금을 날린 여대생이 투신자살을 하기까지 했다. 보이스피싱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이달부터 통신사가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번호 앞에는 001, 002, 006 등 국내 통신업체 고유의 식별번호를 붙이고 있지만 범죄의 타깃이 되는 노인과 빈곤층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식별번호로 보이스피싱을 알아챌 수 있는 사람들은 애당초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통신사, 금융기관이 공조해 다중 차단장치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보이스피싱에 속지 않도록 하는 대(對)국민 교육과 홍보가 중요하다. 노인의 특성을 감안해 노인정이나 노인복지관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금융기관은 의심스러운 상대에겐 송금을 원천봉쇄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모자나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면 은행 현금인출기 작동이 중단되도록 하거나 일본처럼 현금인출기 주변에서는 휴대전화 통화를 자동차단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일본은 이런 방식으로 3, 4년 전 극성을 부리던 보이스피싱 범죄를 크게 줄였다고 한다.

인터폴이나 주재관을 통한 국제공조도 강화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혐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정부 당국과 외교적으로 협력할 필요도 있다. 양국이 전화 추적 및 범인 검거 협약 체결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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