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규덕]아프간에 희망을 파병하자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6분


어린이날 축제 마당 한구석에 빠짐없이 자리 잡은 것은 반미 선동구호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반대 격문이었다. 언제부터인가 평화란 단어는 반미 종북주의자가 독점했다. 젊은 세대에게 국제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이 곧 긍지의 근원이자 평화를 실천하는 유일한 길임을 가르치는 데 소홀했다. 돌이켜보면 1961년 가난한 한국의 지도자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존 F 케네디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베트남 파병 의사를 제시했던 일은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험이자 도박이었다. 그의 결단이 향후 반세기 한미동맹의 질은 물론 오늘날 산업한국의 풍요와 번영의 씨앗이 됐다.

세계적 난제, 우리가 풀 수 있어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다가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의 경제적 실익이 없을뿐더러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증파정책이 결코 성과를 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한국의 참전이 수많은 한국인을 탈레반의 표적으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아프간 파병은 선진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프간 전쟁은 명목상 유럽이 주도하지만 미국 신임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 정도로 중요하다. 이라크 철군을 분명히 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 증파를 결정한 이유를 살펴야 한다. 그는 병력의 무제한 증파가 아니라 한정된 범위에서 운영하되 통치 가능한 사회로 전환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자신이 시카고 빈민가에서 경험했듯이 교량을 놓고 학교를 세우며 커뮤니티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구축하되 군 병력을 동원해 이들을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제임스 존스 안보보좌관이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사령관, 데이비드 매키넌 현지 사령관 역시 그의 비전이 실천 가능하다고 믿는다.

이런 임무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병력이 한국군이다. 스위스와 일본을 제외한 40여 개국이 파병했지만 유럽도 미국도 지난 7년간 자신들의 방식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인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기에 우리의 참여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과 야구대표팀이 세계의 높은 장벽을 넘었을 때 국민이 환호했듯이 우리 군과 민이 세계적 난제를 해결하고 아프간 주민의 고통에 희망과 빛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은 없을 것이다.

기회란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 가진 자와 특권층에 대한 분노에서 벗어나 한국인이 세계의 가난 해소와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분연히 나서도록 정부가 더 큰 비전을 제시하고 역량을 모아야 한다. 글로벌 코리아는 보수정권의 선거 캠페인이 아니라 한국인의 참여와 역할이 세계 공익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세계만방에 확신시키는 도구가 돼야 한다. 아프간은 이런 면에서 우리 국민이 함께 도전할 뉴프런티어가 돼야 한다.

‘글로벌 코리아’ 도약의 기회

이명박 대통령이 곧 중앙아시아를 방문하고 6월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왜 세계가 한국의 기여방식에 귀 기울여야 하는지 한국식 접근법의 유용성을 설득해야 한다. 아프간 파병 여부를 연구기관의 용역 결과에 의존하거나 국민의 여론에 의존하는 인상이 불필요한 쟁점을 만든다. 전투부대 파병이 아니라 소외지역을 중심부에 연결시키는 교량역할이 새로운 임무이므로 경찰과 민간 전문가를 군과 함께 파견해야 한다.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번영을 이룩한 유일한 국가가 아시아의 아픔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바른 평화교육을 위해서라도 아프간 파병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

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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