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전 대통령, 진실 앞에 겸허해야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이 서면으로 질의한 혐의 사실에 대해 거의 부인하거나 답변 자체를 거부하는 식의 답변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에 주력하는 진술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환조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검찰의 서면질의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셈이다.

검찰이 1차로 서면질의서를 보낸 것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성실하고 진실하게 답변했더라면 검찰의 수사에 도움을 주고, 이른 시간 안에 조사를 끝내 피의자로서의 불편과 심적 고통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피의자의 법적 권리를 내세워 검찰의 선의(善意)를 옳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모든 피의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진술거부권이 있다. 범죄 혐의가 무거운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이 권리를 박탈당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노 전 대통령 측의 염치없는 ‘장외(場外) 변론’을 지켜본 국민은 알맹이 없는 서면 답변서에 허탈감이 크다.

노 전 대통령의 답변 태도는 그가 유난히 도덕성과 청렴성을 내세웠던 사람이어서 더욱 실망스럽다. 그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보낸 100만 달러를 청와대 구내에서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돈의 성격에 대해 “집(부인 권양숙 씨)에서 빌린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서면조사에서 용처를 밝히길 거부했다. 피의자의 권리라며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다. 그는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미국에 유학 중인 아들에게 이 돈을 주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용처를 밝힐 경우 ‘나는 몰랐다’는 주장이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인가. 노 전 대통령은 개인적 명예 실추에 그치지 않고 국민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수치심, 자괴감을 안겨줬다. 피의자의 권리를 빌려 형사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떳떳하지 못하다.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비뚤어진 법의식으로 끊임없이 법질서를 교란하더니 이제는 법률지식을 이용해 궁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솔직하게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검찰은 법적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나중에 논의하더라도 실체적 진실 규명에서 어떤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