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현]한미정상 대북외교 승리를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영국 런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했다. 비록 30여 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중요성은 과거 어느 정상회담에 비해 컸다. 그리고 대체로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역사적인 대선에서 민주당 출신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이래 그것이 한국과 한반도에 대해 가진 의미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첫째, 김영삼-빌 클린턴, 김대중-조지 W 부시, 노무현-부시 정상회담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른바 이념의 엇박자에 대한 전망과 우려가 있었다. 한국의 보수정권과 미국의 진보정권 혹은 한국의 진보정권과 미국의 보수정권이 엇갈리며 빚어졌던 정책불협화음이 이번에도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유난히 친근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와 같은 우려를 불식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자 가장 위대한 친구 중 하나”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임기 중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한미 간에 가장 중요한 현안이 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논란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래 보호무역의 성향을 보이는 민주당 출신인 데다 선거 과정에서 한미 FTA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도 수정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때문에 어렵사리 꿰어 맞춘 한미 FTA 협정 원안을 새로 협상하고 그로 인해 협상 자체가 무산되거나 크게 지연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그것의 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힘으로써 그 우려를 완화했다.

셋째, 북한과 관련해서다. ‘이념의 엇박자’가 특히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표출돼 한미 간의 이견 내지 이른바 통미봉남 현상의 재연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없지 않았다. 과연 북한은 일련의 도발적 언행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고도의 긴장국면으로 이끌어왔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능력을 가진 로켓 발사를 공언하고 그를 둘러싼 온갖 협박성 발언을 통해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다.

북한이 그러한 행태를 취하는 이유는 미국의 주목을 끌어 북-미 간의 직접대화를 유도하고 그를 통해 통미봉남 혹은 한미 간의 이간을 노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그와 같은 시도가 “한미 간의 오랜 동맹관계에 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고,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항상 투명하고 포괄적인 논의를 한국과 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상과 같은 조치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억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행동이 이미 크게 진전되어 그것을 취소할 경우 보게 될 위신상의 손실이 커진 데다 그것을 강행하더라도 고립된 북한에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제재조치도 신통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는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성 게임이다. 하나하나의 포석이 향후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바둑과 같다.

그러한 게임에서 북한의 행태는 일시적으로는 주목을 끌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패착이다. 스스로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외교적 위상을 약화시키기 때문만이 아니다. 로켓 발사의 실패 가능성 때문만도 아니다. 설사 로켓 발사가 성공하여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더라도 그것이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에 따른 대응조치를 불러옴으로써 북한의 안보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그와 같은 ‘패착’을 외교적 승리로 이끄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이 교착됐던 6자회담을 다시 여는 계기가 됐듯이 로켓 발사를 계기로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것을 위한 든든한 받침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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