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인원만 따지면 두말할 필요 없이 성공한 축제였다. 그러나 행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옥에 티’가 적지 않았다. 기자가 머무른 약 4시간 동안 행사장에서는 “장내가 혼잡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시식 행사를 잠시 중단한다”는 내용의 방송이 들렸다.
의아했다. 주최 측이 밝힌 ‘사고 예방’이라는 이유가 무색할 정도로 관람객들은 질서를 잘 지켰기 때문이다. 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행사장을 돌아다녔지만 혼잡한 행사장에서는 항상 일어나기 마련인 새치기 실랑이도 전혀 볼 수 없었다.
정작 주최 측에서 시식 행사를 제한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행사 관계자가 시식 행사를 하고 있는 부스를 돌며 ‘관람객이 집중할 수 있도록 본행사가 진행될 때는 시식 행사를 중단하라’고 전달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본행사’란 주최 측에서 준비한 어린이 춤 경연대회, 비보이 공연 등으로 떡볶이와는 상관없는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행사 취지와 상관없는 프로그램 때문에 공들여 떡볶이를 준비한 업체들은 맛을 보일 기회도 제대로 갖지 못한 셈이다.
다양한 떡이나 소스를 개발해 납품하길 원하는 중소기업들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들 업체는 기업 간 거래(B2B)를 목적으로 참여했지만 행사 프로그램이 일반 관람객 위주로 짜여 제품을 홍보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것. 심지어 “행사장 한쪽에 방치된 느낌이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였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떡볶이 페스티벌은 서민 간식으로 인기가 높은 떡볶이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열린 행사였다. 하지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최 측의 강박관념 때문에 축제 본래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작 이날 행사의 주인이 됐어야 할 관람객과 참가 업체들은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앞뒤가 바뀐 자세로 떡볶이 세계화라는 요원한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의문이 떠나지 않은 하루였다.
이원주 산업부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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