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하라의 패착 ‘고정타순 고집’

  • 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야구에서 정규 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큰 차이가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한 번의 실수가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상황에 따른 감독의 적절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게 단기전 승부다.

일본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한국과 3차례 대결에서 타순을 거의 고정시켰다. 2번으로 기용됐던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를 이날 가타오카 야스유키로 바꾼 것을 빼면 징검다리 왼손 타순은 변함이 없었다.

반면 김인식 감독은 타순을 몇 차례 조정했다. 이날 톱타자를 이종욱에서 이용규로 교체했다. 멕시코전 때는 좌완투수가 등판하자 지명타자를 추신수에서 이대호로 바꿨다.

왼손 징검다리 타순은 상대 투수가 왼손이냐 오른손이냐에 관계없이 대처하기 쉽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 있다. 또 경기 중반 이후에 상대가 매치업(우타자에 우완투수, 좌타자에 좌완투수 기용)을 할 때 한 타자만 상대하고 다시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하라 감독의 고정 타순은 한국 투수를 압박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좌우완 선발에 따라 왼손을 집중 배치하거나 우타자 중심의 타순을 짰다면 투수는 매우 괴로웠을 것이다. 이날 일본이 연속 안타를 때린 경우는 땅볼로 1점을 만회한 5회뿐이다.

멕시코의 비니 카스티야 감독도 한국이 선발로 좌완 류현진을 예고하자 예선전에서 홈런 3개를 터뜨린 카림 가르시아를 주전에서 제외할 정도로 대비했다. 한국은 승리했지만 류현진은 힘 좋은 멕시코의 우타자들이 줄줄이 나서자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조기 강판했다.

김 감독은 멕시코전에서 처음 7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2안타의 맹타와 기동력을 발휘한 이용규를 테이블 세터로 올리면서 1회부터 다루빗슈 유를 흔들어 놓았다. 다루빗슈는 1회 이후에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정규 시즌은 타순을 교체하지 않고 고정하는 게 좋을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전은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우선이다. 하라 감독의 고정 타순은 일본 타자들이 한국 타자보다 한 수 위라는 자만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0-1, 1-4 패배로 나타났다.

샌디에이고=문상열 moonsytexas@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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