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한국 대졸초임의 진실은?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日보다 많다 vs 아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더 많이 받지만

경제규모 따지면 차이 크지않아

한국의 대졸 초임 수준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대기업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방안을 발표한 것이 발단입니다.

전경련은 당시 “한국의 대졸 신입사원 급여가 경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참고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자료에는 2007년 기준으로 한국 대졸 초임이 월 198만 원, 일본은 같은 해 162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일본 경단련(經團連) 자료를 당시 연평균 환율을 적용해 비교한 것이었죠.

이 수치만 보면 한국 신입사원이 절대 액수로도 일본 신입사원보다 돈을 많이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경총이 조사한 수치는 상여금을 포함한 것이지만 경단련 자료는 상여금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며 “기본급만 놓고 비교하면 2007년 한국 대졸 초임은 월 138만 원, 일본은 162만 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전경련은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자신들도 지난해 기준으로는 일본의 대졸 초임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자료에서 밝혔다고 해명했습니다. 상여금 개념이 양국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일본 기업에서는 보통 성과급을 의미하는 상여금을 빼고 한국 기업들에서는 상여금을 넣되 성과급과 초과근무수당, 명절상여금은 제외하는 방식으로 두 나라 대졸 신입사원이 첫해 받는 급여(정액 개념)를 비교했다는 설명입니다.

결론은 ‘일본 대졸 신입사원이 한국 신입사원보다 더 많이 받긴 하지만 그 차이는 두 나라 간 경제규모나 1인당 국민소득 격차에 비하면 훨씬 적다’일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 경총이 2007년 양국 대졸 신입사원이 받는 기본급과 수당, 고정상여금을 포함한 급여를 조사했을 때는 환율에 따라 결과가 달랐습니다. 2007년 연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한국이 약간 더 높았습니다. 대신 엔화 가치가 뛴 지난해 10월 기준 환율을 적용하면 일본이 한국의 1.6배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떤 환율을 적용하건 일본 대졸 신입사원은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덜 받는 데 비해 한국 대졸 신입사원은 한국의 1인당 GDP 이상으로 받는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숫자 문제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희생해 상생하자’며 내놓은 제안의 근거 자료가 시빗거리가 되는 게 한국 노사관계의 현실인 것 같아 서글퍼지네요.

장강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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