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세윤]독립투사 유해 봉환 세심하게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정부는 올해 3월 1일 독립기념관에서 처음으로 3·1운동 90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국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다 순국한 독립유공자의 유해 봉환 의지를 천명하여 주목을 끌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여 온 겨레가 일치단결하여 난관을 헤쳐 갔던 3·1운동의 핵심적 가치와 의미를 오늘에 되새기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밝혔다는 점에서 시의 적절한 조처였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에 맞춰 독립유공자 유해 봉환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분을 국가와 후손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무한책임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 묻힌 독립운동가의 유해 봉환사업은 그동안 국가보훈처에서 주관하고 독립기념관 등 관계기관, 기념사업회 등 관련단체와 유족이 직간접으로 꾸준히 추진했지만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독립운동의 특성상 주로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치열한 항일무장투쟁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가족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곳에 묻혔다. 정부는 먼저 국외에 안장된 독립운동가의 묘소나 유해 소재지의 실태를 학계와 함께 확인하고 장기적 안목에 입각해 체계적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유해 봉환 사업은 단기간에 끝날 성질의 일이 아니다. 해외 소재 묘역이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 유적, 일제가 저지른 만행에 의한 피해 유적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런 자료를 바탕으로 장기적이며 체계적인 기본계획을 수립해 꾸준하게 추진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확고히 할 뿐만 아니라 더욱 소중한 미래지향적 역사인식과 가치관 창조에 기여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해외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모두 봉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 보존과 활용이 더욱 긴요할 수 있다. 후손이 현지에 거주하거나 현지 당국이나 동포의 보존 활용 의지가 강할 경우가 그러하다. 예를 들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묘처럼 동포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굳이 유해를 봉환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묘소 등 관련 유적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도록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나 유관기관, 단체, 후손이 유해를 국내로 봉환한 경우 현지에 있던 유적을 방치하지 말고 표석이나 기념시설을 설치하여 교육사업과 연계해 활용할 필요도 있다. 과거 중국 동북지방 하이린(海林) 시에 있던 김좌진 장군의 유해는 봉환하였지만 원래 묘가 있던 자리는 관리가 소홀해지는 민망한 사례가 있었다.

유해 봉환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중국이나 러시아 당국, 지방정부나 현지 주민, 학교, 유관단체의 지원과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 관련 사업을 추진할 정부기관이나 단체는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공동 발굴사업이나 기념사업을 제안하여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강구할 만하다.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사업은 난관에 봉착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지속해야 한다.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 등의 기념 및 추모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미래사회를 건설해 나가기 위한 초석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이 유해 봉환에 그쳐서는 안된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정신과 그들이 세우고자 한 근대적 국민국가의 이상과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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