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산적 입법 논의엔 관심 없는 민주당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한나라당이 어제 쟁점법안 논의를 위한 상임위별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의했으나 민주당은 즉각 거부했다. 정세균 대표는 “통상 여야정 협의체란 중요한 국가 현안에 대해 지혜를 모으자는 것인데, ‘MB악법(惡法)’ 논의를 위한 협의체는 안 된다”고 했다. 경제위기 대응의 여야 공조가 실종된 채 쟁점법안 처리 여부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2개월이나 계속되고 있지만 제1야당의 태도엔 변화가 없다.

한나라당의 제의는 기존의 ‘속도전’에 비춰보면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이번 주에 핵심법안 15개를 해당 상임위에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워 놓긴 했지만, 민주당이 상정 자체를 반대하니까 상임위별로 여야정 협의체라도 만들어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것마저 거부했다. 생산적 입법에 관심이나마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은 도외시한 채 걸핏하면 ‘소수의견 존중’과 ‘대화를 통한 타협과 합의’를 되뇐다. 타협이든 합의든 여야가 만나 논의를 해봐야 가능할 것 아닌가. 이런 식으로 모든 쟁점법안에 ‘MB악법’이란 딱지를 붙이고 마주 앉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은 민주를 가장(假裝)한 독선으로 정치 포기에 가깝다.

여야는 지금까지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당 대(對) 당의 대결로 쟁점법안들을 다뤄 왔다. 그러다보니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따지고 타협하기보다는 ‘악법’이니 ‘약법(藥法)’이니 하는 식으로 정략적 다툼을 벌이는 데 매몰돼 있다. 이대로 가면 2월 국회 또한 한 걸음의 진전도 없이 끝날 게 뻔하다. 여야정 협의체는 이처럼 비생산적인 정쟁(政爭)보다는 비교적 전문성이 있는 국회 상임위와 여야 정책위가 실질적 입법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이제 국회가 어떤 형태로든 ‘출구’를 모색할 때가 됐다. 경제위기, 민생위기에 안보위기까지 겹쳤는데 여야 정치권이 허구한 날 싸움질로만 날밤을 새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되지만, 민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여야정 협의체라도 만들어 여야가 일단 마주 앉기라도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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