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은아]농협개혁, 또 국회서 제동 걸리나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정부가 농협비리의 뿌리를 뽑기 위해 마련한 개혁안의 앞날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법안 통과 여부의 열쇠를 쥔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중 상당수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일선 농협 조합장 비(非)상임화 조항이다. 농업 전문가들은 중앙회장과 일선 조합장의 유착 고리를 끊고 조합 경영을 전문화·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이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야당 소속의 A 의원은 기자에게 “조합장의 비상임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건 협동조합의 대원칙인 자율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B 의원은 “전문경영인인 상임이사가 (일선 조합 경영을) 담당하면 조합원에게 실익(實益)을 제공하거나 농업인을 지원하는 역할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 밖에도 개혁안에 대한 찬반의사를 분명히 밝힌 농식품위원회 소속 의원은 대부분 조합장 비상임화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기자는 최근 충남 음봉 농협조합장을 두 번이나 지낸 류의형 씨(62)와 인터뷰를 하면서 농협개혁에 대한 우리 농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간절한지를 절감했다. 류 씨는 자신이 조합장 선거 비리로 처벌을 받은 ‘부끄러운 과거’까지 털어놓으면서 실명이 공개돼도 좋으니 현장 조합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맛본 자신의 경험이 농협개혁을 위한 ‘밀알’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개혁론이 제기됐지만 매번 정치논리에 따라 흐지부지됐다”면서 “이번만큼은 농협개혁이 결실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전국농민단체협의회 회장도 “세계 농업을 비교해 보면 개혁 못하고 있는 우리 농업이 안타깝다”며 “나중에 하위법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현 개혁안대로 큰 줄기의 개혁을 하루빨리 이뤄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동시 불황으로 서민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렵다. 더구나 농촌의 경우는 하루빨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10년 뒤, 20년 뒤를 기약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면 마땅히 우리 농촌과 농민의 앞날을 기준으로 삼아 개혁안을 다뤄야 할 것이다. 조합장들이 갖고 있는 ‘몰표’에 눈이 어두워 농협개혁안을 껍데기뿐인 개혁안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국회의원은 농협 비리의 공범”이라는 지탄을 받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조은아 산업부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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